17∼27일 성별 바꾼 '햄릿' 공연…배우 이봉련 '광기어린 연기' 기대
화재 악몽 떨쳐낸 명동예술극장…'햄릿 공주'로 돌아온다
두 달 전 화재 피해를 봤던 명동예술극장이 보수 작업을 마치고 올해 마지막 작품 '햄릿'으로 관객을 맞는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17∼27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덴마크 왕자의 복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시대와 배경의 한계를 넘는 보편성으로 장르 불문하고, 현재까지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미쳐왔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이 햄릿을 무대에 올리기는 세 번째다.

그만큼 새로운 시대의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자 원작 뼈대 위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고 국립극단 측은 전했다.

우선 주인공 '햄릿'의 성별을 남자에서 여자로 변화를 줬다.

햄릿 왕자에서 햄릿 공주로 바뀌었으나 왕위계승자이자 칼싸움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임에는 변함이 없다.

햄릿 공주로는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온 배우 이봉련이 나선다.

극단 측은 "무대를 압도하는 이봉련의 광기 어린 연기는 성별 이분법적 세계관을 잊고 단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그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기대했다.

햄릿의 상대역인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햄릿 측근들도 적절하게 여성을 배치해 관객이 성별 대신 각 인물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화재 악몽 떨쳐낸 명동예술극장…'햄릿 공주'로 돌아온다
부새롬 연출은 "햄릿이 여성이어도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왕권을 갖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남성과 같은 이유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며 "성별을 넘어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세계관, 고대 서양 원전을 출처로 하는 말들, 유럽적인 배경의 왕국에서 나올 법한 예법, 시대적 대사들을 대거 수정했다.

관객 공감을 얻지 못하는 여성 혐오적 표현도 들어냈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3시다.

문의 ☎ 1644-2003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