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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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월세 물가가 3년 11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률도 2년만에 최대였다. 최근의 역대급 전월세난이 소비자물가 통계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0(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10월(0.1%)에 비해선 상승률이 올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1.5%), 2월(1.3%)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낮다. 그만큼 경제 활력이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저물가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가 위축될 때 나타난다.

다만 집세 가격은 심상치 않다. 임대차 계약은 보통 2년 단위로 맺기 때문에 월(月) 집세 상승률은 굉장히 낮게 나타난다. 작년 집세 상승률은 연간으로도 0.4%에 그쳤다. 올해는 1~3월만 해도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5월 0.1% 오르더니 6월 0.2% → 7월 0.2% → 8월 0.3% → 9월 0.4% → 10월 0.5%까지 뛰었다. 지난달 집세 상승률은 0.6%다. 2018년 6월(0.6%) 이후 2년 5개월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세부적으로 전세 상승률은 5월 0.1%에서 지난달 0.8%까지 치솟았다. 2018년 12월(0.9%) 이후 최고치다. 특히 지난달 서울의 전세 상승률은 1.3%에 이르렀다. 3월만 해도 0.4%였으나 9월(1.0%) 1%대에 도달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월세까지 같이 상승하고 있다. 5월 0%, 8월 0.2%, 지난달 0.4% 등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불거진 전세 매물 부족이 월세난으로 번지는 부동산 시장 동향과 일치한다. 월세가 이처럼 많이 올랐던 때를 찾으려면 2016년 11월(0.4%)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울은 지난달 월세가 0.9% 올랐다.

부동산 전문 통계의 전셋값 상승 속도는 더 가파르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5월 전세가격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0.76%였지만 7월 1.65%, 9월 3.08%, 10월 3.88%까지 커졌다. KB부동산 통계는 공인중개업소가 직접 입력한 가격을 기반으로 해서 변동폭이 다소 큰 편임을 감안해도 상승세가 매우 빠르다.

집세 이외에는 밥상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달 11.1% 상승했다. 전달(13.3%)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8월 이후 4개월 연속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공업제품(-0.9%), 전기·수도·가스(-4.1%), 통신비 등 공공서비스(-2.0%), 외식(0.9%) 등 가격이 하락하거나 예년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인 탓에 전체 소비자물가도 0%대 상승에 머물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