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코로나,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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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3,4차 무더기 감염 불가피
갈 길 먼 백신·치료제 대량 보급
내년 1분기 최악 경기 대비해야"
조재길 뉴욕 특파원
갈 길 먼 백신·치료제 대량 보급
내년 1분기 최악 경기 대비해야"
조재길 뉴욕 특파원
미국 뉴욕시는 지난 24일 야전병원의 문을 다시 열었다. 갑자기 늘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일반 병원에서 다 수용할 수 없어서다. 지난 6월 말 야전병원을 폐쇄한 지 5개월 만이다.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대학병원의 브래힘 아돌릭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여름철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깐 수그러들자 사람들이 두려움을 잊고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게 재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전염병 확산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환자가 하루 20만 명 가까이 쏟아지고 있다. 사망자도 이달 들어 하루 2000명을 훌쩍 넘고 있다. 이 추세라면 11월에만 400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추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20만여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4%가 감염됐다.
요즘 미국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몇 달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관공서 학교 쇼핑몰 등 어디에서도 마스크 없이는 다닐 수 없다. 마스크 없이 활보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겨울 추위가 다가오고 있는데 마땅한 백신이나 대량 보급이 가능한 치료제조차 없어서다. 더구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는 다음주엔 신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보건당국의 예상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90% 이상의 효과를 내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대량 생산·배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꼽히는 스페인 독감의 경우 1918년 초 발병했는데,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그해 겨울이었다. 학계에선 당시 독감으로 약 5억 명이 감염됐고 최소 2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북반구도 겨울 초입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맞물려 소매판매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제가 또 둔화할 조짐이다. 경제 봉쇄에 나서는 주(州)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콜로라도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오리건 등은 야간 통행금지 등 비상조치를 시행 중이다. 뉴욕 역시 식당·주점 등의 실내영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까지 2주일 연속 증가했다. 올 7월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추가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올 4월 14.7%로 급등했던 실업률은 지난달엔 6.9%로 낮아졌다. 미 중앙은행(Fed)은 연말 실업률이 다시 7.6%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넘는 수준이다. 팬데믹 직후 사라졌던 2220만 개의 일자리 중 지금까지 회복된 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고용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및 소득 동향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개인소득 감소 추세도 뚜렷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득은 전 달 대비 0.7% 줄었다. 전문가 예상치(-0.5%)보다 나빴다. 이 때문에 미국인 580만여 명이 연말까지 거주지에서 쫓겨나거나 집을 압류당할 위기라는 게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다. Fed는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경제 전망과 관련해 리스크가 불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적시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뛰고 있지만 실제 경제는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다.
월가에선 미국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올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8%로 둔화한 뒤 내년 1분기엔 -1%로 급랭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내년 1분기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1.0%로 낮췄다. 올겨울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점에서다. 물론 유럽 역시 다르지 않다.
제약회사들의 발빠른 백신 개발 소식은 ‘일상 복귀’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하지만 전염병 특성을 감안할 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히려 인류의 느슨해진 방역 의식의 틈을 파고들지도 모른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 우려는 올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국적인 원격 수업이 채택된 후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면서 수업의 질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학생과 여성, 자영업자(소기업 경영자)”라고 적시했다. 학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실직 위기가 더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장기간 일거리가 없어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파월은 “코로나 백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이미 타격을 심하게 받은 계층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oad@hankyung.com
미국 내 전염병 확산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환자가 하루 20만 명 가까이 쏟아지고 있다. 사망자도 이달 들어 하루 2000명을 훌쩍 넘고 있다. 이 추세라면 11월에만 400만 명의 신규 감염자가 추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320만여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4%가 감염됐다.
요즘 미국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몇 달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관공서 학교 쇼핑몰 등 어디에서도 마스크 없이는 다닐 수 없다. 마스크 없이 활보했다간 봉변을 당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겨울 추위가 다가오고 있는데 마땅한 백신이나 대량 보급이 가능한 치료제조차 없어서다. 더구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는 다음주엔 신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보건당국의 예상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90% 이상의 효과를 내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나 대량 생산·배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꼽히는 스페인 독감의 경우 1918년 초 발병했는데,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그해 겨울이었다. 학계에선 당시 독감으로 약 5억 명이 감염됐고 최소 2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북반구도 겨울 초입이다.
코로나 재확산과 맞물려 소매판매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제가 또 둔화할 조짐이다. 경제 봉쇄에 나서는 주(州)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콜로라도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오리건 등은 야간 통행금지 등 비상조치를 시행 중이다. 뉴욕 역시 식당·주점 등의 실내영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까지 2주일 연속 증가했다. 올 7월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추가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올 4월 14.7%로 급등했던 실업률은 지난달엔 6.9%로 낮아졌다. 미 중앙은행(Fed)은 연말 실업률이 다시 7.6%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넘는 수준이다. 팬데믹 직후 사라졌던 2220만 개의 일자리 중 지금까지 회복된 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고용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및 소득 동향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개인소득 감소 추세도 뚜렷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개인소득은 전 달 대비 0.7% 줄었다. 전문가 예상치(-0.5%)보다 나빴다. 이 때문에 미국인 580만여 명이 연말까지 거주지에서 쫓겨나거나 집을 압류당할 위기라는 게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다. Fed는 최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경제 전망과 관련해 리스크가 불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적시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뛰고 있지만 실제 경제는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다.
월가에선 미국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올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8%로 둔화한 뒤 내년 1분기엔 -1%로 급랭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내년 1분기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1.0%로 낮췄다. 올겨울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점에서다. 물론 유럽 역시 다르지 않다.
제약회사들의 발빠른 백신 개발 소식은 ‘일상 복귀’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하지만 전염병 특성을 감안할 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히려 인류의 느슨해진 방역 의식의 틈을 파고들지도 모른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코로나 최대 피해자는 학생·여성·자영업자
미국은 내년 초로 예정됐던 국가학업성취도평가(NAEP)를 2022년까지 늦추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전염성 위험 때문이다. NAEP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2년마다 수학·독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전국 평가를 연기한 것은 1990년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당분간 전국 평가마저 시행하지 않게 되자 수업 부실화가 심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학생들의 학력 저하 우려는 올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국적인 원격 수업이 채택된 후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온라인 강의가 이뤄지면서 수업의 질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학생과 여성, 자영업자(소기업 경영자)”라고 적시했다. 학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실직 위기가 더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었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장기간 일거리가 없어 삶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파월은 “코로나 백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이미 타격을 심하게 받은 계층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