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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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구글 검색엔진이 1위를 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네이버와 바이두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가 하나 더 있다. 러시아다. 러시아 1위 검색엔진은 얀덱스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 업체는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배달, 쇼핑 등의 사업에 진출해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을 한 회사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얀덱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시가총액 25조원

25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얀덱스는 0.37% 오른 65.62달러에 마감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48.8%에 달한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31억달러(약 25조5600억원)다. 네이버(45조7473억원), 카카오(32조3986억원) 시총의 50~70%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작년 기준 247억루블(약 3611억원)로 카카오(2068억원)보다는 많고 네이버(7101억원)보다는 적다.

단순한 숫자로 보면 카카오, 네이버와 밸류에이션이 비슷하다. 하지만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독과점 플랫폼 기업에는 통상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얀덱스는 검색엔진, 음식배달, 모빌리티, 이커머스 등 핵심 사업이 모두 러시아 1위다.

얀덱스는 러시아 검색시장 점유율이 작년 말 기준 57%다. 경쟁자인 구글은 41%다.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에서는 국가별로 점유율 10~15%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어 사용 인구가 세계 2억5000만 명에 달해 검색엔진 순위로 세계 4위다.
'러시아 최대 IT기업' 얀덱스를 아시나요

우버와 공동사업

얀덱스는 네이버와 비슷한 포맷을 쓴다. 검색창만 있는 구글과 달리 뉴스, 동영상, 음악, 지도 등 모든 서비스를 첫 화면에 제공한다. 여기서 매출의 70%가 나온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이 독과점하는 사업도 모두 하고 있다.

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얀덱스는 미국 차량호출업체 우버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택시호출 사업에 진출했다. 러시아 내 점유율은 50~60% 수준이다. 택시사업에서 매출의 20% 정도가 나온다. ‘얀덱스.택시’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몰도바 등 15개 옛 소련 공화국에도 진출해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우버와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쇼핑(얀덱스.마켓), 음식배달(얀덱스.이츠), 슈퍼배달(라브카) 등의 영역에서 쿠팡과 배달의민족 같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공동으로 개발하며 ‘미래차’ 영역에도 손을 대고,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 리스크

얀덱스가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정부 리스크가 거론됐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에 상장한 얀덱스를 통제권 안에 두고 있다. 작년 12월 한 금융기관이 얀덱스 지분을 10% 이상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연초에는 ‘황금주’를 경영진으로부터 러시아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에 넘기도록 했다. 황금주는 1주만 가지고도 기업의 경영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이다.

기업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현재 매출이 미미한 음식배달, 택시호출 등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가파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사업환경도 우호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부터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0%에서 3%까지 대폭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얀덱스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18억6900만루블(약 173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37억4700만루블(약 3477억원)로 118% 늘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