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 수출·투자 중심 완만한 회복 예상되나 성장경로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내년 성장률 전망 2.8%→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26일 결정했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 -1.1%, 3%로 수정했다.

3분기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1.9%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반등하자 이를 반영해 8월 전망치(-1.3%·2.8%)보다 0.2%포인트(p)씩 높여 잡았다.

◇ 3·5월 0.75%P '빅컷' 후 7·8·10·11월 동결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세계경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갔으나 그 속도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 등으로 더딘 모습"이라며 "국내경제의 경우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이 높다.

민간소비 회복도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더디고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하다"고 경기를 진단했다.

금리 동결의 배경에 대해서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3월 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하지만 이후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논란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코로나19 3차 확산 등으로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만큼 금통위로서도 7월과 8월, 10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번째 '동결' 외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 격차는 0.25∼0.5%포인트(p)로 유지됐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1.3% → -1.1%…기준금리 동결(종합2보)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학계·연구기관·채권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금통위원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 3차 확산 등까지 고려해 금통위가 경기 방어 차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약간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코로나 재유행 등으로 지속적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금통위가 금리의 초점을 경기에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통화완화'적 행보는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통화정책은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에 대출이 크게 늘고, 이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으로 몰리면서 '버블(거품)' 논란이 여전한 점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김 교수는 "부동산 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과 최근 가계 신용 급증 등의 문제를 금통위가 '금융안정' 목표 차원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기준금리(0.5%)만으로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금리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만약 금리가 0.25%로 0.25%포인트 더 낮아져 미국 기준금리 상단(0.25%)과 같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 7월 금통위 직후 직접 "현재 기준금리(0.5%)가 '실효하한'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 3분기 1.9% 반영해 성장률 전망 0.2%P↑ "4분기 0%이상 성장률 예상한 듯"
아울러 한은은 이날 우리나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27일 전망치(-1.3%)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코로나19 타격을 반영해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22년 만의 첫 마이너스 성장(-0.2%)을 경고했고, 이후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자 3개월 만에 성장률 눈높이를 -1.3%로 더 크게 낮춘 바 있다.

하지만 1분기(-1.3%)와 2분기(-3.2%) 연속 뒷걸음치던 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이 3분기 1.9%로 뛰자 한은도 올해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1.3% → -1.1%…기준금리 동결(종합2보)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서는 아마도 최근 수출 회복 등을 반영해 성장률을 꽤 높이려고 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코로나 3차 유행 등 때문에 자신이 없는 상태라 소폭 조정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0.1%포인트 정도만 돼도 한은의 올해 기존 전망치(-1.3%)는 달성되는 상황"이라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4분기 성장률이 0% 이상은 나오겠다고 판단해 한은이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향 조정이라고 해도 역시 1%가 넘는 역성장이 예견된 것인데, 한국 경제가 실제로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1.6%), 1998년(-5.1%) 단 두 차례밖에 없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조차 실제 성장률은 0.2%에 이르렀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당시(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다.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됐다.

역시 직전 전망(2.8%)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5%에서 2021년 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