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독창적 실험미술 60년…이승택 "유행 따르면 쓰레기 된다"
푸른색과 붉은색, 노란색 등 강렬한 원색 비닐을 씌운 기하학적 형태 조각을 세로로 쌓아 올리거나 바닥에 흩어 놓았다.

철, 청동, 나무 등을 조각 소재로 주로 사용하던 1960년대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1968년 '현대작가초대전'에 출품된 비닐 작품은 다른 작품과 어울리지 않아 결국 독립된 공간에 전시됐다.

석고로 만든 여체 토르소를 금빛으로 칠하고 엉덩이 위와 아랫부분을 노끈으로 묶은 1972년작 '힙'은 당시 국전에 출품됐으나 "분위기를 해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낙선했다.

노끈에 묶인 살이 실제처럼 움푹 들어간 듯한 착시 효과를 내는 이 작품은 작가의 묶기 기법을 대표하는 작업이 됐다.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이승택(88)의 시대를 앞서간 작품들이다.

이승택은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설치, 조각, 회화, 사진, 대지 미술, 행위 미술을 넘나들며 실험과 도전을 계속해왔다.

지금 봐도 독창적인 이승택의 60여 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25일 개막한다.

전시 제목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은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고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그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나는 세상을 거꾸로 봤다.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는 작가의 말에서 그의 예술관을 읽을 수 있다.

2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세계에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자신의 독창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는 "대부분 작가가 그 시대 미술 사조에 편승하는데 나는 궤를 달리한다"라며 "그 시대에 유행하는 작업은 몇 년 못가 쓰레기가 된다.

나는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했다"고 강조했다.

독창적 실험미술 60년…이승택 "유행 따르면 쓰레기 된다"
이번 전시는 미술과 비미술의 경계를 허물어온 이승택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이승택은 1960년대부터 전통 옹기를 비롯해 비닐, 유리, 각목, 연탄재 등 일상 사물들로 새로운 재료 실험에 나섰다.

대형 옹기 6개를 탑처럼 쌓아 올린 작품 '성장(오지탑)' 등은 당시 기성 조각의 문법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설치 방식을 보여준다.

1970년 전후에는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적인 요소들로 작품 제작을 시도하고,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삼는 '형체 없는 작품'을 실험했다.

또 돌, 여체 토르소, 도자기, 책, 고서, 지폐 등을 노끈으로 묶는 묶기 연작을 통해 사물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봤다.

기성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1980년 무렵 '비조각'이라는 개념으로 정립된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회, 역사, 문화, 환경, 종교와 성, 무속 등의 주제를 다루며 퍼포먼스, 대형 설치, 사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야외 공간에서는 1970년 홍익대 빌딩 사이에 100여m 길이의 푸른색 천을 매달아 바람에 휘날리게 한 '바람' 등 대형 설치 작품 4점이 재연된다.

내년 3월 28일까지.
독창적 실험미술 60년…이승택 "유행 따르면 쓰레기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