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 수술 등을 진행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형법 개정안에서는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우선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하면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의 조건이 없어도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적·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회적·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갖도록 했다. 상담과 숙려기간만 거치면 임신 24주까지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또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상담 사실 확인서만 있으면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다.
이번 형법 개정안은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의해서다.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이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올해 안에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약물을 통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성단체에서는 정부의 개정안은 낙태 처벌 '폐지'가 아닌 '완화'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며 시대적으로 후퇴한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사문화돼 왔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정부가 되살려낸 '역사적 퇴행'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