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系 일왕 물꼬 틀 '여성궁가' 창설은 보류 쪽 가닥
결혼해 일본 왕실에서 이탈하는 여성을 특별직 공무원으로 대우하는 '공주' 직책이 신설될 전망이다.
일본에선 왕실을 덴노(天皇)를 중심으로 한 일족이라는 의미로 '고시쓰'(皇室)라고 하는데, 고시쓰에 '고조'(皇女·공주라는 의미)라는 직책을 만들어 결혼 후에도 왕실 업무를 분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2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왕족 구성원의 감소로 인한 공무 부담을 덜어줄 대책으로 왕족 여성이 일반 남성과 결혼한 후에도 고조 자격으로 왕실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연내에 이 방안을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왕실전범은 왕족 여성이 일반 남성과 결혼하면 왕적에서 이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들보다는 딸이 많은 현 일왕가의 여성은 13명이고 이 중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愛子·18)와 왕세자인 후미히토(文仁)의 두 딸인 마코(眞子·29), 가코(佳子·26)를 포함해 6명이 미혼이다.
모두 30세 이하인 이들이 결혼해 왕적에서 이탈하면 왕실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왕족 여자가 일반 남성과 결혼하면 왕적에서 이탈한다는 왕실전범 규정을 유지한 채 특례법을 제정해 결혼 후에도 특별직 공무원인 고조 자격으로 왕실 활동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조에게는 공무원 수당이 지급된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왕족 여자가 결혼 후 왕실에 남도록 해 자식들이 왕위 계승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여성궁가'(宮家·미야케) 창설은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생전 퇴위에 관한 2017년 특례법상의 부대 결의가 안정적인 왕위 계승이 가능토록 여성궁가 창설 등을 요구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여성궁가 창설을 허용하면 일반 남성과 결혼한 왕족 여자의 자식(女系)이 왕위 계승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보수세력은 부계(父系) 중심인 이른바 '남계남자'(男系男子)의 일왕 계승 전통이 깨지게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역사상 여성 일왕이 있었지만 혈통을 바꾸는 의미가 되는 여계 일왕은 없었다는 것이 보수파의 주장이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후로는 군 통수권자로서의 일왕 지위가 강조된 영향으로 여성(공주)의 왕위 승계도 금지됐다.
일본 정부가 왕실의 공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고조 제도를 도입하고 여성궁가 창설을 보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은 여계 일왕 도입을 반대하는 보수층을 배려한 조치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