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트렙(33·미국)은 세계 랭킹이 380위에 불과한 평범한 선수다. 우승은커녕 지난 시즌 ‘톱10’에 든 유일한 대회가 ‘B급 대회’로 유명한 배라쿠다챔피언십(공동 5위)이었다. 그런 그에게 ‘찰떡궁합’ 같은 골프 코스가 하나 생겼다. 조지아주 시아일랜드리조트다.

그는 23일 이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SM 클래식 최종라운드를 2언더파 68타로 마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3타를 친 그는 이날만 7타를 줄인 케빈 키스너(36·미국)를 연장전에서 따돌리고 6년 만에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첫 번째 연장전은 위기로 시작했다. 티샷이 하필 벙커에 빠진 것이다. 가까스로 파를 지켜 위기를 넘기자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홀에서 열린 두 번째 연장전. 145m 거리에서 피칭 웨지로 친 볼이 홀 바로 옆에 붙었다. 키스너가 파에 그치자 스트렙은 탭인 버디로 아슬아슬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트렙은 2015년 이 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그는 “이곳에만 오면 이상하게 힘이 솟았다”고 했다. 우승 상금은 118만달러(약 13억1300만원). 그가 2019~2020시즌과 2018~2019시즌에 받은 상금 전체와 맞먹는 금액이다.

스트렙에게 상금보다 더 반가운 건 2년짜리 투어 시드 확보다. 이번 우승으로 2023년 8월 말까지 PGA투어 시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트렙은 지난 시즌 페덱스컵 순위 125위 밖으로 밀렸지만 코로나19 사태로 PGA투어가 시드를 연장해준 덕분에 이번 시즌을 뛸 수 있었다. 2016년 이 대회 우승자였던 키스너는 또 한번 연장전에서 무너지며 PGA투어 연장 5전 전패라는 오명을 남겼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