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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41)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코치 제의를 받은 뒤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박한이는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 구단에서 내게 두 번째 기회를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제의를 받고 '이제 야구장으로 출근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들떴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지금 야구장에 가도 되는 걸까'라는 걱정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박한이는 삼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였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해,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2019년까지 뛰었다.
왕조 시절의 주역이었고, 개인 성적도 뛰어났다.
꾸준히 성적을 냈고, 성실하게 훈련했다.
하지만 2019년 5월 27일 박한이는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바로 전날인 5월 26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회말 대타 끝내기 2루타를 친 박한이는 27일 오전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음주 측정을 했고, 박한이는 '숙취 운전'으로 적발됐다.
박한이는 당일 삼성 구단을 찾아 "책임지고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이는 '영구 결번(33번)'이 유력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숙취 운전으로 은퇴식도, 영구 결번도 무산됐다.
박한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큰 실망감을 안겼고, 구단에도 폐를 끼쳤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했다"고 했다.
이후 박한이는 1년 6개월 동안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는 "야구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그러나 반성이 먼저였다"고 했다.
박한이는 국내에서 야구와 무관한 봉사 활동을 하고, 라오스로 건너가서는 야구로 재능 기부를 했다.
삼성의 홈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향하는 마음은 꾹 눌렀다.
박한이는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혹시 내가 괜히 야구장에 갔다가 또 구단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라는 마음에 더 주저했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은 적당한 거리를 두며 박한이의 1년 6개월을 지켜봤다.
그리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열어주기로 했다.
박한이는 "언젠가 꼭 야구장에, 삼성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있으니, 2021시즌에는 복귀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다"며 "코치 제의를 받고 정말 감사했다.
무엇보다 '야구장에서 팬들과 구단, 동료들에게 사과할 기회'를 얻은 게 기뻤다"라고 했다.
그는 곧 삼성 코치진과 만나고, 이후 선수들과 상견례를 한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지만, 선수로 삼성에 입단할 때처럼 긴장감을 느낀다.
박한이는 "정말 떨리고 설렌다.
코치 선배들, 이제 코치와 선수로 만나야 하는 동료 선수들에게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선수 시절에도 야구장으로 가는 길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
지금은 죄송한 마음에 긴장감이 두 배다.
선배 코치들께 많이 배우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코치가 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