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매 가족 스쿨존 사고 현장에 추모 메시지 꽃 걸려 "가슴 아프다"
"못 지켜서 미안해"…스쿨존 안전 당부에도 차량 여전히 '쌩쌩'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랑 언니 꼭 지켜봐 줘, 지켜줘."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횡단 보도 옆 펜스에 국화 등 하얀 꽃과 편지가 내걸렸다.

이곳은 지난 17일 횡단보도를 건너다 세 남매 가족이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장소다.

사고로 2살 둘째가 숨졌고, 어머니와 첫째 언니는 크게 다쳤다.

하늘나라로 가는 둘째의 모습을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에는 '그곳에서는 편하게 지내렴. 이제는 아프지 마'라는 고사리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적혀 있었다.

다른 꽃다발 밑에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태어나면 오랫동안 이 세상에서 사랑 많이 받고 살아야 해'라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지인의 글귀가 남겨졌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동생을 하늘나라로 보낸 언니를 걱정하는 '아프지 말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어린이의 글도 있었다.

꽃과 편지는 지난 22일 세 남매 가족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남기고 간 것이다.

무심코 길을 건너는 행인들은 길 가에 놓은 꽃과 편지를 보고 이곳이 세 남매 가족이 참변을 당한 현장임을 알았고, 한참을 서글픈 눈길로 추모 메시지를 읽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못 지켜서 미안해"…스쿨존 안전 당부에도 차량 여전히 '쌩쌩'
광주 북구청 공무원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운암1동 주민센터 직원들도 이날 오전 지인들이 내건 꽃과 편지 옆에 국화 한 송이씩을 나란히 내걸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일 주변 유치원 원생들이 운전자들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 운전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그림과 함께 담은 종이 50여 장을 붙이기도 했다.

현장을 매일 보는 주변 상가 상인들과 주민들은 마음이 먹먹하기만 하다.

한 상인은 "매일 보던 아이와 가족이 사고를 당해 운전할 때마다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며 "내가 조금만 더 빨리 현장을 봤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사고를 희생당한 이를 추모함과 동시에 스쿨존 내 안전 운행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운전자에게 잘 전달될까.

현장에서는 스쿨존 횡단보도를 앞두고 서행하는 앞 차에 올려대는 뒤차의 경적이 대답을 대신했다.

사고가 난 곳은 지난 5월에는 7세 초등학생이 사고가 난 곳이기도 해 연이은 두 번째 사고에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못 지켜서 미안해"…스쿨존 안전 당부에도 차량 여전히 '쌩쌩'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를 놓고 신호기를 추가 설치하느냐를 두고 주민들이 고민하는 사이 안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특히 사고 당시 횡단보도 중간에 멈춰선 가족에게 양보하지 않고,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춤' 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운전 문화를 지적하는 지적이 아프다.

그러나 2살 어린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사고 이후에도 현장에는 횡단보도를 거침없이 통과하는 차량이 흔하게 목격되고 있어, 스쿨존에서의 안전 운행을 당부하는 목소리는 아픔 뒤에도 널리 퍼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오후 8시 45분께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세 남매와 보호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정차 후 재출발하던 화물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해 화물차 운전자가 구속됐다.

사고 당시 가족들은 반대 차로 주행 차들이 보행자에게 양보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지나는 바람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중간에 멈춰 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못 지켜서 미안해"…스쿨존 안전 당부에도 차량 여전히 '쌩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