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 못해 놀라워…진지한 학습·감사 필요"
회사 측 "어떤 지원도 과거에 받은 처우 보상할 수 없어"
IBM, 52년 전 성전환 이유로 해고한 직원에 사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반세기 전 트랜스젠더(성전환자)라는 이유로 해고한 직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젊고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82세의 노인이 된 이 직원은 회사의 사과에 예상하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IBM 임원진은 52년 전 해고한 린 콘웨이(82)를 만나 사과했다.

다이앤 게르슨 IBM 인사 부문 수석 부사장은 "회사가 고용 전환을 위해 지원하겠지만, 아무리 많은 지원도 수십년 전 받은 처우를 보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IBM은 콘웨이에게 컴퓨터 분야의 업적을 인정해 공로상을 전달했다.

콘웨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해 놀랍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컬럼비아대 공학응용과학부를 졸업한 콘웨이는 26살이던 1964년 IBM에 입사했다.

그는 고성능 컴퓨터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젊고 유능한 프로그래머였다.

1968년 초 콘웨이는 상사에게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 털어놨다.

그가 회사에 남기를 원했던 상사는 휴가를 얻어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새로운 신입사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IBM, 52년 전 성전환 이유로 해고한 직원에 사과
하지만 당시 경영진은 콘웨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트랜스젠더가 일한다는 사실을 알려지면 다른 직원들이 정서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해 8월 콘웨이는 결국 해고라는 암울한 소식을 들었다.

콘웨이는 성전환 수술을 한 뒤 다른 컴퓨터 관련 업체에 취업해 프로그램 분야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

1985년에는 미시간대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 교수가 됐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를 알 것이고 생각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웹사이트에 "내 목표는 성 정체성과 성전환 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적었다.

이 웹사이트는 트랜스젠더에게 각종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도움을 주고받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2005년 게이·레즈비언 과학자와 기술자 연합은 컴퓨터 분야에서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그를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콘웨이는 52년 만에 IBM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뒤 자신을 해고한 사람들에게 화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누구를 비난하고 헐뜯는 것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그러나 무엇이 일어났는지 대한 진지한 학습과 감사가 있었다는 증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IBM의 이번 사과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돼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지 4개월 만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