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D10' 시대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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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민주주의 정상회의로
中 등 권위주의 국가와 맞설 것"
G7+韓·호주·인도…한국엔 기회
주용석 워싱턴 특파원
中 등 권위주의 국가와 맞설 것"
G7+韓·호주·인도…한국엔 기회
주용석 워싱턴 특파원
“집권 첫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밝힌 집권 후 외교 구상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는 바람에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각종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이 리더 역할을 못 했고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부상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를 바로잡을 해법으로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꺼낸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16일 당선인 자격으로 한 첫 경제분야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출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바이든은 “미국은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통상 규칙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20일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와 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국과 1 대 1로 대결하기보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을 통해 권위주의 국가의 대표주자인 중국을 자연스럽게 견제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선 이미 주요 7개국(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추가해 D10(Democracies 10·민주주의 10개국)으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08년 D10 개념을 구상했고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2014년부터 D10 전략포럼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G7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G7 정상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에선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는 러시아를 빼면 D10과 같은 개념이다.
외교전문 ‘포린폴리시’는 지난 6월 “G7은 잊고, D10을 만들라”는 기고를 실었다. 영국도 D10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10 같은 민주주의 국가 협의체가 생기는 건 한국엔 천재일우의 기회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면서 ‘룰 팔로어’에서 ‘룰 세터’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라가는 데서 직접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발전했다. 한국이 D10 회원국이 되면 룰 세터로서의 역할을 굳힐 뿐 아니라 민주주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은 D10 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D10의 일원이 되면 그만큼 책임과 숙제도 따른다. 권위주의 국가의 도전, 인권 문제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외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 처리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모두 비판적 입장을 취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국이 D10 회원국이 되면 이 문제에 마냥 침묵을 지키기는 어렵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꼽는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다. 북핵 위협도 D10에서 다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실질적 핵 위협 감소 없이 제재완화를 주장할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물론 바이든 당선인이 말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D10이 될지, 아니면 D11이나 D12처럼 더 많은 국가로 확대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우방이면서 자유, 인권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모임 형태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D10 시대에도 한·미 동맹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바이든은 대선 승리 후 유럽, 아시아 등 외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국이 민주주의 리더로서 다시 세계를 이끌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의 귀환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엔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당시만 해도 세계 경제 비중이 1.8%에 불과했다. 40여 년 만에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9배나 커졌다. 반면 미국은 1978년 27.9%였던 경제 비중이 다소 줄었다.
현재 경제 성장 속도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빠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많다. 게다가 인구로 보면 중국은 미국의 4.3배다.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중국을 견제하기가 어려우며 동맹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인 ‘선진국 클럽’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의 경제 비중은 45.2%다. 만만찮은 수치이지만 G7엔 아시아 국가가 일본뿐이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 10개국(D10) 후보국엔 G7 외에 아시아 국가 혹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로 분류하는 한국, 호주, 인도가 추가된다. 미국 입장에선 그만큼 중국 견제에 효과적이다. 또 D10의 경제 비중은 52%로 세계 경제의 절반을 넘는다.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3배나 된다.
hohoboy@hankyung.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밝힌 집권 후 외교 구상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하는 바람에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의 위상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각종 글로벌 현안에서 미국이 리더 역할을 못 했고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부상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를 바로잡을 해법으로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꺼낸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16일 당선인 자격으로 한 첫 경제분야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출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바이든은 “미국은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며 “또 다른 25% 혹은 그 이상인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통상 규칙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20일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와 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중국과 1 대 1로 대결하기보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을 통해 권위주의 국가의 대표주자인 중국을 자연스럽게 견제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에선 이미 주요 7개국(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추가해 D10(Democracies 10·민주주의 10개국)으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08년 D10 개념을 구상했고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2014년부터 D10 전략포럼을 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G7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며 G7 정상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에선 제외할 것이 확실시되는 러시아를 빼면 D10과 같은 개념이다.
외교전문 ‘포린폴리시’는 지난 6월 “G7은 잊고, D10을 만들라”는 기고를 실었다. 영국도 D10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10 같은 민주주의 국가 협의체가 생기는 건 한국엔 천재일우의 기회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면서 ‘룰 팔로어’에서 ‘룰 세터’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따라가는 데서 직접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발전했다. 한국이 D10 회원국이 되면 룰 세터로서의 역할을 굳힐 뿐 아니라 민주주의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은 D10 시대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D10의 일원이 되면 그만큼 책임과 숙제도 따른다. 권위주의 국가의 도전, 인권 문제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외면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 처리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모두 비판적 입장을 취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한국이 D10 회원국이 되면 이 문제에 마냥 침묵을 지키기는 어렵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국가 안보 위협으로 꼽는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다. 북핵 위협도 D10에서 다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실질적 핵 위협 감소 없이 제재완화를 주장할 경우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물론 바이든 당선인이 말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D10이 될지, 아니면 D11이나 D12처럼 더 많은 국가로 확대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우방이면서 자유, 인권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모임 형태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D10 시대에도 한·미 동맹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바이든은 대선 승리 후 유럽, 아시아 등 외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국이 민주주의 리더로서 다시 세계를 이끌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의 귀환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엔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D10 세계경제 비중 52%, 중국의 3배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1위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이다. 중국은 16.3%로 2위다.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당시만 해도 세계 경제 비중이 1.8%에 불과했다. 40여 년 만에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9배나 커졌다. 반면 미국은 1978년 27.9%였던 경제 비중이 다소 줄었다.
현재 경제 성장 속도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빠르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많다. 게다가 인구로 보면 중국은 미국의 4.3배다.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중국을 견제하기가 어려우며 동맹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인 ‘선진국 클럽’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의 경제 비중은 45.2%다. 만만찮은 수치이지만 G7엔 아시아 국가가 일본뿐이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 10개국(D10) 후보국엔 G7 외에 아시아 국가 혹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로 분류하는 한국, 호주, 인도가 추가된다. 미국 입장에선 그만큼 중국 견제에 효과적이다. 또 D10의 경제 비중은 52%로 세계 경제의 절반을 넘는다.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3배나 된다.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