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베이징대회 우승 아르자마소바…당국, 반정부 인사 탄압 강화

대선 부정 논란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세계 챔피언을 지낸 여자 육상 선수가 선거 불복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가 선수촌에서 쫓겨나는 탄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800m 챔피언인 마리나 아르자마소바(32)는 이날 육상 국가올림픽준비센터에서 쫓겨났다고 전했다.

아르자마소바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내일부터 일이 없고 수입이 없으며 일정한 목표도 없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며 "솔직히 내가 상상한 행복한 미래는 아니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신경과민과 끊임없는 압박에 지쳤다"고 썼다.

국가올림픽준비센터에서 내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이던 아르자마소바는 앞서 지난 8월 말 대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구속된 정치범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스포츠계 인사들의 공개 탄원서에 서명한 바 있다.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명 감독과 코치 등 약 700명의 스포츠계 인사들이 낸 탄원서에 동참한 것이다.

그는 이후 당국의 압박으로 서명을 철회했지만 결국 선수촌 퇴촌이란 불이익을 당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한 자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면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