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여 마음 얻는 리더십 펼치고파…이젠 LG와 팬에 보답할 시기"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1호 감독인 류지현(49) 감독의 취임식이 열린 19일 서울 잠실구장 LG 사무실 앞에 화환이 하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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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에는 '오빠한테 낚여서 27년째 엘지팬 일동. 우유 빛깔 우리 감독님 꽃길만 걸으시길'이라는 글이 적혔다.

류지현 신임 감독은 화환을 떠올리며 "입단하고 싶은 팀에 들어와 재미있고 신나게 야구했고, 이젠 팬들께 (즐거움을) 돌려드리는 일만 남았다"며 "많이 웃을 수 있게, 즐거우실 수 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LG 전성기의 주인공 류 감독은 고(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과 '신바람 야구', '시스템 야구'로 LG를 단숨에 명문 구단으로 끌어올린 이광환 전 감독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1990년대 화려했던 LG 시절을 재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진 류 감독은 "귀 기울여 들어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의 이청득심(以聽得心)의 리더십으로 소통을 시작하겠다"고 기자 회견을 시작했다.

다음은 류 감독과의 문답.
-- 코치진은 어떻게 구상하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시즌 전체가 늦어졌고, 시즌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감독으로 선임돼 시기적으로 코치진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김동수 수석코치만 내정하고 다른 코치진 선임은 구단과 협의 중이다.

-- 어떤 야구를 하고 싶은가.

▲ 소극적인 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994년도 입단해 프로가 뭔지 잘 모를 때 이광환 감독님께서 프로 정신 자세, 의식 등을 많이 알려주셨다.

선수들이 운동장 안에서 신나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플레이하면 팬들과 더불어 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외국인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하나.

▲ 계속 협의 중이다.

차명석 단장님께서 투수 전문가이시니까 좋은 안목을 지니셨다.

단장, 투수코치들과 협의, 조율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도록 하겠다.

-- 신바람 야구를 하려면 필요한 것은.
▲ 냉정하게 판단해서 우리 팀에 세밀한 야구가 부족하다.

고비 때마다 그걸 못 넘었다.

그런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강조하려고 한다.

저도 선수들 파악했지만, 선수들도 나를 잘 파악했을 것이다.

서로 잘 알기에 스프링캠프 등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김현수가 우리 팀에 오면서 선수들 간의 표현이 자유로워졌다.

김현수의 기량보다도 그 점을 제일 칭찬하고 싶다.

내가 원했던 분위기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현수를 가장 먼저 만나 주장을 내년에도 해줄 수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했고, 김현수가 기꺼이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해 정말 고마웠다.

2년 연속 4위를 했고, 팬들의 LG에 대한 기대치도 높을 것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숙명이다.

-- LG 프랜차이즈 1호 감독으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 선수들의 잠재력을 뽑아낼 데이터가 있고, 눈빛만 봐도 잘 안다.

이런 점은 장점이지만, 너무 한 팀에만 있어서 생기는 단점도 있다.

27년을 선수와 지도자로 LG에 몸담은 중간 2007∼2008년 구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다녀왔다.

그 2년이 있어 지금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 이광환 전 감독님과 통화는 했나.

▲ 감독 선임 소식을 접하고 제일 먼저 류중일 전 감독님께 전화 드렸다.

바쁜 와중에도 이광환 감독님께서 먼저 문자를 보내주셨다.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 감독님이 계신 제주도를 찾아뵙고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싶다.

이를 반영해서 LG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 감독님의 LG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시다.

-- 그간 많은 감독을 모셨다.

어떤 점을 배웠나.

▲ 제일 본받고 존경하는 분은 이광환 감독님이다.

류중일 전 감독님께도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 우승팀 감독님으로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시즌 후 류 전 감독님을 만나 여러 얘기를 했는데 '참을 인'자 3개를 가슴에 새기라고 말씀해주시더라.
류 전 감독님이 저를 후배로, 동생으로 생각하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취임사에서 돌아가신 구본무 전 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 내가 입단했을 때 LG 그룹 부회장이시던 구 전 회장님이 그룹 계열사 사장 이름도 모르는데 야구 선수를 일일이 다 기억하셨다.

또 진주에서 해마다 단목 행사를 열어 선수단을 꼭 초대해서 편안하게 즐기는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그 당시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당연한 게 아니었다.

구 전 회장님의 그런 애정이 LG 트윈스에 담겨 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승이라는 트로피를 못 드려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으로서 사명감이 있지 않겠는가.

-- 데이터 야구를 어떻게 강화할 예정인가.

▲ 그간 수석코치로 수비 쪽에 관여했다.

수비 외 다른 쪽 데이터는 못 봤고, 내 개인 데이터와 구단 빅데이터 합쳐서 연구를 해왔다.

이제 감독으로서 첫 번째 숙제가 투수 쪽이다.

제일 먼저 투수코치들과 미팅했고, 우리 투수들의 성향과 방향성 등을 지속해 공부해야 한다.

우리 데이터 분석팀에 12명이 있는데, 앞으로 코치 회의 때 데이터 분석팀장도 참석하도록 해 코치들과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다 보면 좀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올 거라 생각한다.

-- 어떻게 선수들과 소통할 것인가.

▲ 내 생각을 주입할 생각은 없다.

스킨십을 해 선수 마음으로 들어가다 보면 답을 찾지 않을까.

그러면 강해지지 않을까.

내 야구관과 색깔, 리더십을 물으시면 거창하진 않지만 '이청득심' 하는 게 소통의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들은 상식적인 행동과 프로로서의 행동에서 벗어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 LG 팬들의 특별함을 말한다면.
▲ LG 팬은 누구보다 열정이 있다.

열정이 과하다는 얘기도 있고, 선수들이 못 했을 때 그런 팬들의 열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던데 그런 애정이 없다면 프로야구의 존재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