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B급 대회' RSM 클래식, 코로나19 덕에 'A급' 변신
20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SM 클래식은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미국의 추석 명절 격인 추수감사절 사이에 끼어 있다.

정상급 선수라면 건너뛰는 대회로 제격이다.

그렇지만 이 대회 '출전 선수 수준 지수'(strength of field)는 348점으로 작년 대회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출전 선수 수준 지수'는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가 많이 출전할수록 높아진다.

그만큼 작년보다 정상급 선수가 많이 출전했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RSM 클래식에는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18명이나 출전했다.

2018년 대회와 작년 대회에 출전했던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를 합친 숫자와 같다.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도 5명이나 참가했다.

'출전 선수 수준 지수'는 대회 위상과 직결된다.

작년까지는 정상급 선수가 거의 출전하지 않는 B급 대회 RSM 클래식이 올해는 A급으로 격상된 모양새다.

마스터스 직후와 추수감사절 직전이라는 불리한 일정에도 RSM 클래식에 적지 않은 정상급 선수가 몰린 것은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 집이 있다면 마스터스를 치르고 난 뒤 느긋하게 추수감사절 휴가를 즐기겠지만 미국에 마땅히 머물 곳도, 휴가를 함께 할 가족도 없는 외국인 선수들이 RSM 클래식에 대거 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으로 돌아가면 까다로운 방역 절차를 겪어야 하는 유러피언투어 겸업 선수들은 RSM 클래식에 거의 다 출전했다.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임성재(22)와 5위에 오른 딜런 프리텔리(남아공)는 두둑한 상금을 챙겼지만, RSM 클래식 출전을 강행했다.

미국에 집이 없는 둘은 호텔 방을 전전하며 지내는 처지다.

지금까지 RSM 클래식에서 보기 어려웠던 현역 메이저대회 챔피언도 출전했다.

2019년 디오픈 우승자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는 아일랜드에 가족을 모두 두고 왔기에 딱히 대회를 쉴 이유가 없다.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에서 RSM 클래식 개최지가 자동차로 3시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라는 점도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외국인 선수들의 입맛을 당겼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세계랭킹 16위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는 "마스터스를 마친 뒤에 쉽게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8년 만에 RSM 클래식에 모습을 드러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는 다섯 달 동안 경기를 못 하는 시즌이었다"면서 "하나라도 더 대회를 뛰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