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 당국이 연쇄 추락 사고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항이 금지된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에 대한 운항 재개를 허가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18일(현지시간) 보잉 737 맥스에 대한 20개월간의 이륙 금지 조처를 끝냈다.

FAA는 성명을 통해 "737 맥스 항공기의 설계와 인증에는 전 세계 항공 당국의 전례 없는 수준의 협력적이고 독립적인 검토가 포함됐다"며 "보잉의 설계 변경은 해당 국가·지역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두 번의 비극적 사고로 희생된 생명을 잊지 않겠다"며 "사고는 우리를 새롭게 만들었고 안전, 품질, 진실성이라는 핵심 가치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737 맥스의 실제 운항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FAA 조치에 대해 32개국 소재 59개 항공사가 해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첫 단계일 뿐이라고 전했다. 해당 항공사의 보잉 737 맥스 보유대수는 387대이다.

운항 금지된 항공기 대다수가 미국 외의 국가에 있는 상황에서 각국 당국의 비행 허가 명령이 필요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FAA는 성명에서 737 맥스가 승객과 함께 비행을 재개하기 전에 승인 과정에서 확인된 필요한 변경사항이 구비돼야 한다는 점, FAA가 개별 항공기를 검사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종사들도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훈련을 마쳐야 한다. 해당 과정에 따라 항공사들이 실제 운항하기까지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아메리칸항공만이 다음 달 말과 내년 1월 초 마이애미에서 뉴욕을 오가는 소수의 항공편 일정을 추가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소비자 우려로 수요 급감 등이 반영되면서 다른 항공사들은 항공편 추가를 보류하는 모양새다.

가장 많은 34대의 해당 기종을 보유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내년 봄까지는 737 맥스를 운항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보잉이 위험을 초래한 설계 실수를 했다고 주장하며, FAA가 이를 재인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반발하고 있다.

737맥스 항공기는 잇단 추락사고로 운항이 금지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에서, 올해 3월에는 에티오피아에서 대형 추락사고를 냈다. 두 차례의 사고로 승객 346명이 숨지면서 FAA는 해당 기종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조사 결과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문제가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CNN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안전 시스템 결함 외에도 배선 안전 문제도 추가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한 조종사 훈련 부족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737맥스 사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12월 737맥스8 기종을 두 대 도입했지만 안전상 문제가 제기돼 지난해 3월부터 운항 중지해야 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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