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서 수비 도움 속에 6이닝 1실점 승리투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가을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26)은 앞선 등판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고전하는 에이스를 야수들이 잇따른 호수비로 구해냈다.

행운의 여신도 플렉센 편이었다.

플렉센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앞선 등판에서 보여준 난공불락의 모습은 아니었다.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선발), 플레이오프 1차전(선발)과 4차전(구원)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10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16⅓이닝 동안 탈삼진 24개를 잡아내며 KBO리그 포스트시즌 최초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플렉센은 나흘 휴식을 취하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앞선 시리즈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일까.

플렉센은 거의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플렉센 뒤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앞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플렉센의 '삼진쇼'로 할 일이 별로 없었던 두산 야수진은 기다렸다는 듯 팔을 걷고 에이스를 도왔다.

팀이 1차전에서 패했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플렉센의 짐을 1회말부터 야수들이 덜어줬다.

플렉센은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이명기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허경민 정면으로 향했다.

2루를 향해 일찍 스타트를 끊은 박민우도 함께 아웃됐다.

플렉센은 2-0으로 리드하던 2회말 권희동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허용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강진성을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해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4회말 양의지와 박석민을 각각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플렉센은 권희동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1사 만루가 됐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플렉센은 동료들의 눈부신 수비로 또 한 번 위기에서 벗어났다.

에런 알테어의 뜬공을 잡은 우익수 박건우가 홈으로 레이저 송구를 해 3루에서 홈으로 뛰어들던 양의지를 잡아냈다.

NC 측의 비디오 판독 요청에서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5회말에는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의 호수비가 플렉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재호는 1사 1루에서 이명기의 직선타를 글러브로 낚아챈 뒤 1루에서 2루로 뛴 박민우를 태그 아웃시켰다.

플렉센은 6회말 1사 후 양의지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불안한 흐름 속에서 행운이 따랐다.

박석민의 잘 맞은 타구가 플렉센의 몸을 맞은 뒤 그라운드에 떨어지지 않은 채 1루수 오재일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안타가 될 줄 알고 3루로 뛴 양의지도 아웃되면서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플렉센은 환호했고, NC는 기막힌 불운에 땅을 쳤다.

타구에 오른쪽 무릎과 왼쪽 팔뚝을 맞은 플렉센은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나타났다.

플렉센은 3-1로 앞선 7회말 마운드를 좌완 이현승에게 넘겼다.

두산이 NC의 9회말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5-4로 승리하면서 플렉센은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