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앞으로 수 개월이 미국 경제에 고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 침체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파월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경제단체인 ‘베이에어리어 카운슬’ 주최로 열린 화상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단기적인 경기 하방 리스크”라며 “사람들이 코로나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고, 감염 위험이 있는 활동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회사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은 좋은 소식이지만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몇 달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를 완전히 극복해도 일부 업종은 대유행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종의 서비스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연방정부가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Fed 역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경기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Fed는 코로나 사태 직후였던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지금의 제로 수준으로 낮춘 뒤 이를 유지해 왔다. 또 적어도 2023년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점을 강력 시사했다.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Fed는 다음달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이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속도와 규모, 구성 자산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