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약 스타틴의 부작용, 90%는 '노시보' 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스타틴(statin) 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가 처방된다.

실제로 스타틴을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스타틴이 근육 약화,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발기부전, 2형(성인) 당뇨병, 횡문근 융해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스타틴 처방의 득과 실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 중 90%는 부작용 위험을 미리 알고 있는 스타틴 복용자의 지레 짐작에서 오는 허위 증세인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 효과가 없는 약을 효과가 있다면서 환자에게 주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는 수가 있다.

이를 '플래시보(위약) 효과'(placebo effect)라고 한다.

반면 환자들이 위약을 진짜 약물로 믿어 간혹 위약에 대해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가 '노시보 효과'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심장병 전문의 제임스 하워드 교수 연구팀이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60명(37~79세)을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진행한 1인 중심의 임상시험(N-of-1 trial)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6일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2016년 6월부터 2019년 3월 사이에 해머스미스(Hammersmith) 병원에서 환자 개인별로 1년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팀은 60명 환자 개개인에게 무작위로 ▲20mg짜리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캡슐이 든 약병 ▲위약(placebo) 캡슐이 든 약병 ▲빈 캡슐이 든 약병을 매달 바꿔 주면서 복용하게 했다.

이와 함께 나타나는 부작용 증상과 그 강도(0~100점)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일 보고하도록 했다.

1년 후 부작용 증상 강도의 점수를 종합 분석한 결과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는 평균 16.3점, 위약을 복용했을 때는 15.4점, 빈 캡슐을 먹었을 때는 8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와 위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증상의 강도가 거의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24명은 부작용을 참을 수 없어 임상시험 초기에 최소한 한 달 이상, 총 71회 복용을 중단했다.

복용 중단 71회 중 31회는 위약을 먹은 달에, 40회는 스타틴을 복용한 달에 발생했다.

이는 스타틴의 부작용은 90%가 '노시보 효과'이며 스타틴 자체가 일으키는 경우는 아주 적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일부 부작용은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전형적인 통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러나 이 결과에 대해 미국 심장병학회 심혈관질환 예방 위원장 살림 비라니 박사는 복용하는 약이 달라지는 사이사이에 휴약 기간(washout period)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편향된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약 기간이란 치료 방법을 바꾸기 위해 환자가 전에 투여한 의약품의 영향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약과 관계가 없는 부작용은 투약 첫 몇 주 동안 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비라니 박사는 밝혔다.

따라서 이 결과만 가지고 의사가 스타틴 관련 근육통이나 그 밖에 다른 부작용에 관한 환자들의 호소를 무시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스타틴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 심뇌혈관 질환 등 심각한 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부작용으로 알고 있는 증상이 나타나자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