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인공과 앙상블만으로 꽉 채운 무대…뮤지컬 '듀엣'
2인극 뮤지컬 '듀엣'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녀 주인공과 앙상블만으로 무대를 빈틈없이 꽉 채운다.

천재 작곡가 버논 거쉬와 신인 작사가 소냐 왈스크. 극은 두 남녀의 극명하게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랜드 피아노 앞에 말쑥한 차림으로 앉아 차분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버논과 헐레벌떡 등장해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대사를 내뱉는 소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까칠한 남자와 명랑한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진부한 설정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의 재기발랄한 위트와 익살스러운 표정, 몸짓 덕분에 유쾌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또 버논의 자아를 상징하는 남자 앙상블 3명과 소냐의 자아를 상징하는 여자 앙상블 3명이 우르르 나와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들은 제각기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2인극의 허전함을 채운다.

보통 뮤지컬에서 앙상블은 역동적인 군무로 눈길을 사로잡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듀엣'의 앙상블은 마치 각자가 맡은 배역이 있는 것처럼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남녀 주인공과 앙상블만으로 꽉 채운 무대…뮤지컬 '듀엣'
여기에 더해 무대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버논과 소냐 만큼이나 극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소냐의 전 남자친구 레온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레온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이 강해질수록 극의 흥미가 높아진다.

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버논과 소냐의 갈등 구도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정반대 성격의 두 남녀가 서로 밀고 당기며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쪽이 참고, 인내하는 구도가 되면서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런 관계는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버논은 예민함과 까칠함이 부족하고, 소냐는 전 남자친구에 대한 애착이 과하다.

누가 봐도 무난한 버논의 반응 앞에 소냐의 행동은 엉뚱하고 사랑스럽다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감정과잉으로 느껴진다.

공연은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열린다.

남녀 주인공과 앙상블만으로 꽉 채운 무대…뮤지컬 '듀엣'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