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생 먹는 알약 5만개 넘어"…세상 바꾼 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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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헤이거 '텐 드럭스' 번역 출간
1회분 감기약 봉투에도 3~4개의 알약이 들어 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먹는 알약을 전부 따져보면 평생 얼마나 될까.
연구자 출신 과학저술가인 토머스 헤이거는 '텐 드럭스'(동아시아)에서 미국인의 평균 수명 통계를 제시하며 "78.54년 동안 하루에 2개의 알약을 먹으면 5만 개가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각종 보고서와 전문가의 추정을 토대로 미국인 1명당 1년에 4~12가지 처방 약을 먹는데, 평균적인 노인은 매일 10개의 처방 약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처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전체 의료비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도 적지 않은 약을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책은 약이 세상을 크게 바꿨다고 설명한다.
아편과 천연두 백신, 헤로인, 피임약, 비아그라, 스타틴 등 10여 개의 약이 어떻게 개발돼 퍼져나갔는지 살핀다.
저자는 의학과 약학의 뒤얽힌 역사에 영향을 미친 약물을 딱 하나만 들라면 아편을 택하겠다고 했다.
꿈을 꾸게 하며 통증을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사람에게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이중적인 약물이라고 말한다.
피임약에 대해서는 "전 세계의 성생활에 혁명을 가져왔고, 여성에게는 광범위한 기회를 제공했으며, 다른 어떤 약물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에노비드를 피임약으로 공식 승인하면서 여성이 임신에 대한 제어권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책은 약의 흑역사도 비중 있게 다룬다.
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서양에서 오랜 기간 의약품으로 활용된 아편을 공급하면서 중국 사람들이 아편 중독에 빠지고 청나라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는 내용,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제인 스타틴이 근육 손상 및 약화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내용 등을 언급한다.
또 제약회사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노력하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약을 판매하기 위해 온갖 로비와 과장광고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도 짚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전 세계의 관심사인 가운데 2장 '레이디 메리의 괴물'에서는 백신의 탄생 과정을 접할 수 있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세계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책은 그보다 전에 유럽에 인두법을 처음 소개한 영국 귀족 가문의 메리 워틀리 몬터규를 소개한다.
그는 외교관이던 남편이 터키로 발령이 나자 함께 터키에서 지낸다.
그 곳에서 천연두 피해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을 보고, 천연두를 예방하는 터키식 민간요법을 자녀들에게 시행한다.
당시 영국 왕세자 조지 2세의 왕세자비 카롤리네를 설득해 죄수와 고아들에게 시험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한다.
이후 천연두 예방 접종이 널리 퍼지면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진다.
세균성 질환 치료에 쓰이는 '설파제'를 개발한 독일 의사 게르하르트 도마크, 두드러기 등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 의사 앙리 라보리 등의 이야기도 책에 담겼다.
저자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약으로만 해결하려는 습관은 좋지 않으며, 신약 개발을 거대 제약회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공적 기금에 기반한 다른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 제안도 담았다.
양병찬 옮김. 380쪽. 1만7천원.
/연합뉴스
1회분 감기약 봉투에도 3~4개의 알약이 들어 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먹는 알약을 전부 따져보면 평생 얼마나 될까.
연구자 출신 과학저술가인 토머스 헤이거는 '텐 드럭스'(동아시아)에서 미국인의 평균 수명 통계를 제시하며 "78.54년 동안 하루에 2개의 알약을 먹으면 5만 개가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각종 보고서와 전문가의 추정을 토대로 미국인 1명당 1년에 4~12가지 처방 약을 먹는데, 평균적인 노인은 매일 10개의 처방 약을 먹는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처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고, 전체 의료비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들도 적지 않은 약을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책은 약이 세상을 크게 바꿨다고 설명한다.
아편과 천연두 백신, 헤로인, 피임약, 비아그라, 스타틴 등 10여 개의 약이 어떻게 개발돼 퍼져나갔는지 살핀다.
저자는 의학과 약학의 뒤얽힌 역사에 영향을 미친 약물을 딱 하나만 들라면 아편을 택하겠다고 했다.
꿈을 꾸게 하며 통증을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사람에게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는 이중적인 약물이라고 말한다.
피임약에 대해서는 "전 세계의 성생활에 혁명을 가져왔고, 여성에게는 광범위한 기회를 제공했으며, 다른 어떤 약물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에노비드를 피임약으로 공식 승인하면서 여성이 임신에 대한 제어권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책은 약의 흑역사도 비중 있게 다룬다.
영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서양에서 오랜 기간 의약품으로 활용된 아편을 공급하면서 중국 사람들이 아편 중독에 빠지고 청나라가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는 내용, 콜레스테롤 합성 저해제인 스타틴이 근육 손상 및 약화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내용 등을 언급한다.
또 제약회사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노력하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약을 판매하기 위해 온갖 로비와 과장광고를 서슴지 않는다는 점도 짚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전 세계의 관심사인 가운데 2장 '레이디 메리의 괴물'에서는 백신의 탄생 과정을 접할 수 있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세계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백신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책은 그보다 전에 유럽에 인두법을 처음 소개한 영국 귀족 가문의 메리 워틀리 몬터규를 소개한다.
그는 외교관이던 남편이 터키로 발령이 나자 함께 터키에서 지낸다.
그 곳에서 천연두 피해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을 보고, 천연두를 예방하는 터키식 민간요법을 자녀들에게 시행한다.
당시 영국 왕세자 조지 2세의 왕세자비 카롤리네를 설득해 죄수와 고아들에게 시험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게 한다.
이후 천연두 예방 접종이 널리 퍼지면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진다.
세균성 질환 치료에 쓰이는 '설파제'를 개발한 독일 의사 게르하르트 도마크, 두드러기 등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랑스 의사 앙리 라보리 등의 이야기도 책에 담겼다.
저자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약으로만 해결하려는 습관은 좋지 않으며, 신약 개발을 거대 제약회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공적 기금에 기반한 다른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등 제안도 담았다.
양병찬 옮김. 380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