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챱챱 와그작" 뭐 먹는 소리?…수능만큼 어려웠던 '떡볶이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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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참전기 [리뷰+]
▽ 코로나19 우려에 온라인서 1000명이 응시
▽ 평균점수 66.9점…최고점자는 98점으로 2명
▽ ASMR부터 동영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
▽ 코로나19 우려에 온라인서 1000명이 응시
▽ 평균점수 66.9점…최고점자는 98점으로 2명
▽ ASMR부터 동영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출제
총점 49점. 평균점수 66.9점보다 17.9점 낮은 점수다. 수능 점수가 아니다. 제2회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에서 기자가 받은 점수다.
기자에게 낙제점을 안긴 '제2회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는 수능만큼 어려웠다.
11일 오후 7시. 제2회 떡볶이 마스터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시험은 오픈북(자유롭게 책과 온라인을 참고할 수 있는 시험), 오픈멤버(자유롭게 다른 사람과 의논하며 풀 수 있는 시험)로 진행됐다.
포털 검색 기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북 시험'이었지만 시간 제한 때문에 모든 문제에서 인터넷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8번 문제는 서울 홍대의 한 떡볶이 매장 내부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어느 매장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보기로 제시된 '홍대 전투떡볶이', '홍대 조폭떡볶이', '홍대 먹쉬돈나' ,'홍대 또보겠지', '홍대 미미네떡볶이'를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해 매장 이미지와 영상 속 매장 이미지를 대조했다. 수고로움 덕에 정답은 맞혔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다간 40분 내에 45문항을 모두 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전략을 바꿨다. 온라인 검색에 품이 많이 들지 않는 문제는 포털의 도움을 받아 정답을 맞히고, 검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문제는 임의로 답을 매겼다. 시간 안배 전략을 바꾸자 다행히 시간 내 문항을 모두 풀 수 있었다. 5분 19초를 남기고 답지를 제출한 뒤 받은 점수는 49점. 시험 백분위는 83%로 총 1000명이 응시했으니 830등을 차지한 셈이다. 최고 득점자는 98점을 맞은 홍금표 씨(서울 도봉구 쌍문동·30)였다. 시험 직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홍 씨는 "이번 시험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며 "평소 떡볶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전했다. 홍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었는데, 이 여자친구 역시 떡볶이 동호회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정도로 취미생활을 즐겨야 스스로를 '마스터'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 씨에게는 1년 내내 매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배민 떡볶이 쿠폰 365장과 떡볶이 접시, 앞치마, 포크, 접이식 테이블 등으로 구성된 한정판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키트'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시험이 끝나면 바로 오답을 확인하고 복습한다고 들었다. 내년 행사에는 연단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답체크에 나섰다. 가장 기억에 남은 문제는 떡볶이와 함께 곁들여 먹는 메뉴 중 칼로리가 가장 낮은 메뉴를 고르는 12번 문제였다. 보기에는 어묵, 순대, 참치김밥, 오징어튀김, 라면사리가 제시됐다. 나름 머리를 굴려 순대를 정답으로 체크했지만 정답은 '어묵'이었다.
도대체 이 음식들의 열량은 어느 정도일까.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실태조사 기준에 따르면 순대(100g)는 186kcal, 어묵(100g) 115kcal, 참치김밥(100g) 174kcal, 오징어튀김(100g) 336kcal, 라면사리 436kcal다.
"앞으로 떡볶이에 추가 메뉴를 시킬 때는 이 정보를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내년 대회를 기약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기자에게 낙제점을 안긴 '제2회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는 수능만큼 어려웠다.
11일 오후 7시. 제2회 떡볶이 마스터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시험은 오픈북(자유롭게 책과 온라인을 참고할 수 있는 시험), 오픈멤버(자유롭게 다른 사람과 의논하며 풀 수 있는 시험)로 진행됐다.
"쩝쩝 챱챱 와그작 와그작."1번 문제부터 당황스러웠다.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을 듣고 무엇을 먹는 소리인지 맞히라는 문제였다. 보기로는 순대, 김말이, 라면사리, 치즈떡볶이, 김밥이 제시됐다. '와그작' 소리는 바삭한 튀김을 먹을 때나 날법한 소리라는 생각에 '김말이'를 선택했다. 정답은 '치즈떡볶이'였다.
#3. Hello. (안녕하세요.)이후 듣기평가 문제가 연달아 3문제 추가로 나왔다. 이 중 3번 문제는 어떻게든 맞히고 싶었다. 3번 문제는 떡볶이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이 떡볶이에 어떤 토핑을 얹었는지 묻는 '영어 듣기 평가' 문제였다. '듣기평가는 마지막까지 들어야 정답이 나오지'라고 생각하며 자신감 있게 정답인 '모짜렐라 치즈'를 마킹했다.
I'd like to one serving of tteokbokki, one serving of sundae and one serving of gimbap please. (떡볶이 1인분하고, 순대 1인분, 김밥 한 줄 주세요.)
I'm going to eat it at home, so could you please wrap it up? (집에서 먹을 거라 포장해주세요.)
Oh, right. Could you please also put mozzarella cheese on top of the tteokbokki? (아 맞다, 떡볶이에 모짜렐라 치즈 올려주시고요.)
And for the sundae, I will just take the liver. Thanks. (순대는 간만 주세요. 감사합니다.)
포털 검색 기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오픈북 시험'이었지만 시간 제한 때문에 모든 문제에서 인터넷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8번 문제는 서울 홍대의 한 떡볶이 매장 내부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어느 매장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보기로 제시된 '홍대 전투떡볶이', '홍대 조폭떡볶이', '홍대 먹쉬돈나' ,'홍대 또보겠지', '홍대 미미네떡볶이'를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해 매장 이미지와 영상 속 매장 이미지를 대조했다. 수고로움 덕에 정답은 맞혔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다간 40분 내에 45문항을 모두 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전략을 바꿨다. 온라인 검색에 품이 많이 들지 않는 문제는 포털의 도움을 받아 정답을 맞히고, 검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문제는 임의로 답을 매겼다. 시간 안배 전략을 바꾸자 다행히 시간 내 문항을 모두 풀 수 있었다. 5분 19초를 남기고 답지를 제출한 뒤 받은 점수는 49점. 시험 백분위는 83%로 총 1000명이 응시했으니 830등을 차지한 셈이다. 최고 득점자는 98점을 맞은 홍금표 씨(서울 도봉구 쌍문동·30)였다. 시험 직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홍 씨는 "이번 시험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며 "평소 떡볶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었다"고 전했다. 홍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었는데, 이 여자친구 역시 떡볶이 동호회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정도로 취미생활을 즐겨야 스스로를 '마스터'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홍 씨에게는 1년 내내 매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배민 떡볶이 쿠폰 365장과 떡볶이 접시, 앞치마, 포크, 접이식 테이블 등으로 구성된 한정판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키트'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시험이 끝나면 바로 오답을 확인하고 복습한다고 들었다. 내년 행사에는 연단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답체크에 나섰다. 가장 기억에 남은 문제는 떡볶이와 함께 곁들여 먹는 메뉴 중 칼로리가 가장 낮은 메뉴를 고르는 12번 문제였다. 보기에는 어묵, 순대, 참치김밥, 오징어튀김, 라면사리가 제시됐다. 나름 머리를 굴려 순대를 정답으로 체크했지만 정답은 '어묵'이었다.
도대체 이 음식들의 열량은 어느 정도일까.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실태조사 기준에 따르면 순대(100g)는 186kcal, 어묵(100g) 115kcal, 참치김밥(100g) 174kcal, 오징어튀김(100g) 336kcal, 라면사리 436kcal다.
"앞으로 떡볶이에 추가 메뉴를 시킬 때는 이 정보를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내년 대회를 기약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