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개발지에 상권 빼앗긴 상황에 코로나19 겹쳐 점포 '텅텅'
공실 가꾸기 나선 청주시 '윈도 뮤지엄' 등으로 활성화 모색
"아∼ 옛날이여"…공실률 22.5% '청주의 명동' 성안길 쇠락
청주읍성 북문 터에서 남문 터에 이르는 성안길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청주의 대표적 상권이었다.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던 거리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길게 늘어선 상가와 점포는 늦은 밤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젊은층을 고객으로 한 커피숍과 음식점 등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그러던 것이 서원구 산남·분평동, 흥덕구 가경동, 청원구 율량동 일대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잇따라 펼쳐지면서 상권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신흥개발지역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구도심인 성안길이 활기를 잃은 것이다.

2011년과 2012년 청주 서부지역에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등 대형 유통점이 잇따라 들어선 것도 성안길 상권 위축에 기름을 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성안길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 지역 대로변에 자리 잡은 대형 쇼핑몰인 롯데영플라자 청주점도 영업부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개점 13년 만인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아∼ 옛날이여"…공실률 22.5% '청주의 명동' 성안길 쇠락
임시휴업이나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을 내건 점포도 수두룩하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북문터∼남문터(600여m) 성안길 양옆에 들어선 점포 20여 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판매대와 상품을 모두 치운 빈 점포는 물론 임시휴업해 셔터를 내린 상점도 눈에 띈다.

이 지역 상인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천471개 점포 가운데 22.5% 331곳이 공실이다.

조사는 안됐지만, 코로나19 한파가 겹친 지금은 빈 점포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안길 입구 지하상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점포가 10여 곳이나 된다.

홍경표 성안길 상점가 상인회장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잇따라 들어선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상가마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3∼4월 매출액은 많게는 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경기가 다소 살아났다지만, 지난해의 80∼90%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차장을 확충하고 문화를 접목한 쇼핑공간이 될 수 있도록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빈 점포가 방치되면서 성안길 미관도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다.

청주시가 고육지책으로 성안길 등 원도심 상권 공실에 디자인을 입히는 '공실가꾸기' 사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공실 5곳에 포토존을, 5곳에는 상점가를 알리고 지역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대형 TV를 각각 설치했다.

"아∼ 옛날이여"…공실률 22.5% '청주의 명동' 성안길 쇠락
시 관계자는 "성안길 미관 개선 등을 위해 상인회 및 임대인과 협의해 이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성안길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달 말까지 빈 점포 5곳에서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윈도 뮤지엄'을 열 계획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음 달 초부터 1주일간 성안길과 중앙로에서 '흥정(興情) 페스티벌'도 열 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