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3개 주 휩쓸며 4년전 패배 설욕…'고향' 펜실베니이아서 대역전극
"백인 노동자·교외층·흑인 지지의 복합적 결과"…'샤이 트럼프' 위력에 신승
'공화당 우위' 조지아·애리조나서 앞서…'대어' 플로리다서는 석패
'시골 스크랜턴의 조(Joe)가 대도시 뉴욕 파크애비뉴의 트럼프를 이겼다'
미국의 11·3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선거전 내내 '스크랜턴 조와 파크애비뉴 트럼프'의 대결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후보가 태어난 펜실베이니아주의 시골 도시이며, 파크애비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시절 활동한 뉴욕의 대표적 거리다.

중산층 출신인 자신을 부유층 아들인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시키면서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특히 이 구호는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이자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3개 경합주를 공략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근소한 격차로 모두 패배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원인을 제공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포함한 6개 경합주 중 남부 '선벨트' 3개 주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거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바이든 후보로선 러스트벨트 3개 주 확보가 승리의 필수 조건이었다.

주별 선거 결과가 2016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바이든 후보는 이 3개 주만 되찾아와도 산술적으로 승리에 필요한 요건인 선거인단 절반을 넘길 수 있었다.

바이든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러스트벨트 공략에 가장 집중한 이유이기도 했다.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바이든 후보의 이 전략은 적중했다.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을 모두 이겨 3수 끝 대권고지 등정 성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화룡점정은 펜실베이니아였다.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바이든 후보가 안정적으로 이기는 결과가 대부분이었지만 펜실베이니아는 오차범위 승부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바이든 후보가 선거 기간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바로 펜실베이니아였고, 선거일 마지막 이틀은 이곳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펜실베이니아의 중요성을 인식해 수시로 맞불 유세를 개최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실제로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한 곳은 펜실베이니아였다.

미 언론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정 속보를 내보낸 시점은 펜실베이니아 승리를 결정한 직후였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초반 개표 때 15%포인트 안팎의 큰 격차로 뒤지다가 조금씩 추격해 막바지인 개표율 95% 상황에서 추월하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바이든 후보 입장에선 고향이자 가장 기대하고 믿었던 펜실베이니아의 초반 열세 때문에 줄곧 가슴을 졸이며 개표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막판 대추격이 가능했던 것은 바이든 지지층이 대거 참여한 우편투표가 막바지에 개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러스트벨트에서 승리한 이유로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꾸준히 늘렸다는 점을 꼽았다.

또 도시와 시골 사이에 있는 교외 지역 거주층 중 보수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올리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 유권자의 투표율을 제고한 것도 승리 요인이라고 봤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에게 러스트벨트의 나머지 2곳 승리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가장 안정적 승리가 예상된 위스콘신의 경우 불과 0.6%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검표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시간 역시 2.6%포인트 차여서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격차보다 훨씬 작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추격세가 그만큼 강했고, 여론조사에서 잡아내지 못한 '샤이 트럼프'가 이번에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북부에서 선전이 기대됐던 오하이오와 아이오와 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각각 8.1%포인트, 8.2%포인트의 큰 격차로 뒤지는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남부 '선벨트' 3개 경합주 중 핵심 승부처로 꼽히던 플로리다에서 패배했고, 개표가 끝나지 않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애리조나에서 간발의 차긴 하지만 이기고 있는 것은 큰 수확이다.

애리조나는 직전 12번의 대선에서 무려 11번을 공화당이 승리한 곳이다.

바이든 후보가 개표율 99% 기준 근소한 표 차지만 조지아 주에서 이기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지아는 최근 12번의 대선 중 공화당이 9번을 이겼다.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경우 1992년 이후 28년 만의 승리가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