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째 한국 사는 방글라데시 출신 알 마문 영화감독

"함께 활동했던 미누가 기억나고 상을 만든 뜻에 맞게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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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 운동의 상징인 네팔인 목탄 미누를 기리는 '미누상' 초대 수상자로 결정된 알 마문(45) 씨는 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방글라데시에서 어렵지 않게 살던 그는 1998년 무작정 한국으로 와 22년째 살고 있다.

2004년 한국인과 결혼해 2009년 귀화한 한국인이다.

'미누상' 초대수상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목소리 대변하겠다"
미누와는 2003년 명동성당과 성공회 대성당에서 진행된 이주노동자 농성에서 처음 만났다.

6개월여간 미누와 함께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벌여 친구가 아닌 '동지'였다고 마문 씨는 소개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 미디어 컬쳐'(AMC) 팩토리에서 일하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민주노총의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수석 부위원장으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이번 수상이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마문 씨는 영화 제작과 민주노총 활동에 대해 "한쪽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두 같은 활동"이라면서 "둘 다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수상은 나 혼자 잘나서 받은 게 아니라 나를 도와주고 지원하며 응원한 이들 모두에게 주는 것"이라면서 "영화 대본을 한글로 써 준 동료들, 법적 문제를 자문해준 변호사들, 경제적으로 가계를 책임져주는 아내 등 도와주는 모두가 수상자"라고 말했다.

특히 귀화한 이후 한국인인 만큼 이주 노동자보다 쉽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데도 이주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지속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으리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신과 결혼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활동을 지원해준 아내에게 각별히 고마워하며 AMC 동료와 주변에서 도와준 이들에게 "상금으로 한턱 크게 쏠 것"이라고 말했다.

'미누상' 초대수상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목소리 대변하겠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그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활동이 멈추는 중소기업이나 농어업 분야가 분명히 있고,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으로 이주노동자가 들어오지 못하자 아우성이 나지 않았느냐"면서 "한국 사회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미누가 꿈꿨던 '합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위해 계속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기다림'은 내년 1월 열리는 방글라데시 다카 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상영될 예정이다.

미누상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던 미누의 뜻을 기려 이주노동자 당사자에게 주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미누는 2003년 이주노동자 농성장에서 음악 밴드 '스탑 더 크랙다운'(Stop the Crackdown)을 결성하고 이주노동 운동에 힘쓰다 2009년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추방됐다가 2018년 DMZ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고 한국을 방문한 뒤 돌아가 갑자기 사망했다.

최근 미누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가 최근 개봉되기도 했다.

시상식은 14일 성공회 대강당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