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이라던 애리조나서 뒤통수…"트럼프 노발대발했다"
[미 대선] 애리조나 얕봤다가…백악관 한밤중 뒤집힌 사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텃밭이던 애리조나주에서 밀리면서 개표 레이스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개표 초반까지만 해도 기대감에 부풀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밤중 갑작스럽게 타전된 애리조나의 '배신'에 노발대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리조나는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로 꼽힌 6곳 중 하나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이곳을 "다 된 밥"으로 낙관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고 한다.

NYT가 재구성한 대선일 백악관 상황은 이렇다.

개표 초반 플로리다가 트럼프 우세 지역으로 떠오르자 백악관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박빙 승부가 점쳐지던 곳에서 예상보다 이르게, 큰 폭의 격차로 승전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한순간에 반전됐다.

밤 11시 20분 폭스뉴스가 애리조나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예측을 긴급 타전한 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애리조나 개표율은 73%에 그쳤는데, 친 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가 다른 매체보다도 먼저 애리조나를 바이든 우세 지역으로 분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노발대발'했으며, 이때부터 밤을 새워 공화당 주지사 및 캠프 고문들에게 '분노의 전화'를 돌리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갔다,
정치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격분한 상태로 폭스뉴스에 전화를 걸어 예측 철회를 요구했지만 헛수고로 돌아갔고, 곧이어 AP 통신마저 애리조나를 바이든의 승전지로 꼽았다.

다만 NYT 등은 현재까지 어느 쪽으로도 승리를 예측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도 폭스뉴스를 소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접촉하느라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애리조나에 뒤통수를 맞은 직후인 0시 40분에는 바이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 등장해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고 연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동시에 트윗을 올려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비난하고는 30분 뒤 백악관 연설에서 사실상 승리 선언을 하면서도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를 놓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숨진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과 앙숙으로 지내며 독설을 서슴지 않았는데, 매케인은 생전 '애리조나의 아들'로 불릴 만큼 지역구에서 두터운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비난을 멈추라는 측근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이 때문에 표심이 돌아섰다는 게 NYT 해석이다.

특히 애리조나로 유입된 라틴계 표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리조나와 달리 플로리다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에서 라틴계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