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선 창업자들이 벤처캐피털(VC)을 익명으로 리뷰하는 사이트 ‘누구머니’가 큰 화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설된 누구머니에는 창업자들이 VC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활동(IR) 과정에서 겪은 일들이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다. “사업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아닌, ‘학교 어디 나왔나’ 등 호구조사만 했다” “대표가 질문할 때 화를 내면서 말해 굴욕적인 느낌이었다” 등이다. 반면 “투자 유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등 호평한 VC도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는 사실을 운영자에게 인증하면 사이트에 글을 올릴 수 있다. 현재 100개 이상의 리뷰 글이 달린 상태다.

이 웹사이트의 등장은 벤처투자업계의 판을 흔드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동안 스타트업과 VC 사이에선 ‘정보 불균형’이 심했다. VC는 투자 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의 정보를 얻기 쉬웠지만, 스타트업은 VC의 정보를 소문을 통해서밖에 알 수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VC가 스타트업을 상대로 막말을 하는 등 ‘갑질’도 만연했다”고 전했다.

누구머니의 등장으로 VC업계는 ‘긴장 모드’다. 좋지 않은 평이 쌓이면 여러 VC가 자금을 넣길 원하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한 VC 관계자는 “사이트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악평이 올라올까봐 수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창업자들은 누구머니의 등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보다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누구머니에 올라온 리뷰를 마냥 믿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VC 앞에서 발표한 뒤 투자받은 곳보다 못 받은 스타트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인 감정이 지나치게 많이 섞인 글도 다수 보인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