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상승 따른 풍선효과 때문" 지적
도심 속 이전부지가 대거 나오게 된 데에는 고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혁신도시에서 비롯됐다. 혁신도시로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땅들은 매각됐고, 대부분 아파트가 포함된 주거복합 시설로 탈바꿈하지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꾸준히 추진했던 유휴부지 청산작업과도 맞불렸다.
경기도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두드러진다. 남부권에 대규모로 남아있던 땅들에 새 아파트가 분양됐고, 지난해부터 속속 입주를 시작하고 있다. 집값 상승세, 새 아파트 선호현상과 맞물려 이들 아파트들은 지역 내에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역 내 첫 '10억 아파트(전용 84㎡기준)'가 나온 곳도 이전부지에 조성된 아파트에서 나왔다.
도심 속 공공기관 이전부지…10억 아파트로 탈바꿈
경기도 수원시 KT&G 연초제조장은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로 탈바꿈하고 있다. 1차로 분양됐던 아파트는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 오피스텔까지 완판(완전판매)됐고, 이달부터는 상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서수원 부근에서 전용 84㎡로는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은 아파트다. 분양권 거래가가 지난 2월 10억9040만원을 기록하면서 수원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데 한 몫을 했다. 이후 거래가 뜸해진 시기도 있었지만, 6·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로 묶이면서 되레 거래가 활성화됐다. 7월 이후에도 9억원을 웃돌던 분양권은 지난 9월 10억2040원에 매매됐다. 시장에 나와있는 고층의 분양권 호가는 12억원을 넘었다. 분양가와 대비 7억원이 오른 수준이다. 전용 84㎡의 분양권이 치솟으면서 전용 59㎡로 불길이 옮겨붙었다. 전용 59㎡의 분양권은 지난 24일 7억8620만원에 거래되며 동일 면적대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화서동의 A공인중개사는 "아파트의 외관이 거의 완성되면서 매수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에 매수자들도 10억원 이상을 생각하고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수원시에서는 장안구 옛 국세공무원 교육원 부지에도 새 아파트가 조성될 예정이다. 한화건설이 분양을 준비 중인 ‘한화 포레나 수원장안’(1063가구)다. 오는 12월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아파트들의 노후도가 높은데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의 수혜도 예상돼 청약자들의 관심이 높다.
의왕시에 농어촌공사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인덕원 푸르지오엘센트로'도 지역 내에서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아파트로 분양권 거래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현재 나와있는 전용 84㎡의 매물은 12억5000만원 한 개 뿐이다. 작년 입주 당시 10억원을 넘어선 뒤 저층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0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TV조선 아내의 맛에 함소원·진화 부부가 둘러봤던 아파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안양시에 위치한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부지의 ‘안양 센트럴 헤센’은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했다. 전용 59㎡형이 지난 9월 4억6000만원에 거래 됐는데, 이는 분양가(3억6000만원) 대비 약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공공부지 아파트가 분양가 상승 이유라는 지적도…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이전부지는 도심 속에 위치해 인프라 시설이 인근에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보니 주거여건이 우수하다"며 "정부가 도심 이전부지 및 유휴지에 신규택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후속 공급대책들이 나오면서 도심 속 알짜부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공급됐던 아파트의 경쟁률도 높았다. 지난 9월 의정부교육지원청 부지에 공급된 ‘의정부역 스카이자이’의 경우, 233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1769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돼 평균 7.59 대 1을 기록했다. 의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첫 분양인데다 소규모였음에도 청약자들이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반듯한 형태의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다"며 "재건축,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단지가 평면 등 설계적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공급되는 이전부지에서 나오는 아파트는 분양보다는 소형·임대로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부지들이 지역 집값을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 부지들은 대부분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다보니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기관 부지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분양가가 지역 내에서 최고가를 기록하고 시세도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화서동의 B공인중개사는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분양당시 미계약이나 계약포기분으로 줍줍까지 나왔던 아파트다"라며 "서울의 집값 상승으로 경기도 아파트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다보니 10억원까지 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거래가 10억원이 넘었고, 6·17대책 이후 거래가 다시 재개된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