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백 디오 대표는 2일 "올해 포르투갈, 베트남, 터키 등 3개 나라에 새롭게 진출했다"며 "내년 10개 나라에 진출하는 등 시장을 확대해 5년 안에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988년 동서기계로 출범한 디오는 2002년 임플란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서도 후발주자였다. 남들과 같은 임플란트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공장 자동화 시스템 개발 경험을 살려 디지털 치과 치료(덴티스트리)에 승부를 걸었다. 2003년 해외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사업 초기 몇 년간은 시행착오도 많았다. 단순한 디지털 제품 제작이 아닌 솔루션 공급회사로 변신하면서 시장에서도 반응이 왔다. 디오는 디지털 임플란트 솔루션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업이 됐다. 해외에 13개 법인과 4개 조인트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1271억원)의 70% 이상을 한국을 제외한 70여개 국에서 올렸다.
디오는 치과를 찾은 환자의 구강상태를 스캔하고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부터 임플란트 등을 제작해 식립하는 모든 과정에 디지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다.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환자의 구강 구조를 파악한 뒤 3차원(3D) 프린터로 수술용 가이드까지 출력한다.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려면 치과를 일곱 차례 찾아 두 차례 수술을 하고 임시보철 제작을 거쳐야 한다. 디오는 이런 치과 방문 횟수를 세 차례로 줄였다. 임시 보철을 만들고 수술 계획을 짜는 과정이 모두 디지털로 정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술 정확도는 더 높다.
디오라는 상호로 새출발한 2008년(매출 300억원)부터 지난해까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올들어 2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56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450억원)보다는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후반기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주력시장이 한국과 미국, 중국인데 국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은 코로나19 극복 속도가 빨라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정도 늘었고 미국은 3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는 "현지 딜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일부 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올해 전체 매출은 지난해보다 다소 하회하지 않을까 전망된다"고 했다.
미국은 물론 국내서도 코로나19로 환자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 중 하나가 치과다. 입을 벌리고 치료받는 진료 특성상 감염 위험이 높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서는 치과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믿음이 생기면서 하반기부터 치과 방문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악조건이지만 김 대표는 "올해는 내부적으로 다독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치과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언택트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디지털 치과 솔루션이 친숙한 환경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치과 진료가 이전에는 특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디오가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은 후발주자들과의 기술격차다. 특허 322건을 포함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만 지난해 기준 716건이다. 김 대표는 "비슷한 아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정밀한 솔루션은 구현해내기 어렵다"며 "디오나비의 후속인 디지털 보철 등의 솔루션은 이미 6~7년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라고 했다.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김 대표가 신경쓰는 것은 연구개발(R&D)과 인력이다. 그는 "디지털 보철 제품을 내놓은 뒤에는 또다른 진보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해야 디지털 선도주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올해 6~7개 나라 정도에 추가로 진출하려 했지만 포르투갈, 베트남, 터키 등 3개 나라에 진출하는 데 그쳤다. 내년에는 올해 진출하지 못한 나라를 포함해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년 전부터 영업 인력을 채용해 훈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치과 분야 다양한 치료를 디지털화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는 세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1등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세계 최고 목표에 30% 정도 도달한 것 같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