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건 "부담 컸지만 자신감 있게 하려고 했다"
알렉스 "친척 2명 잃은 아픔 있었지만 점차 나아질 것"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한 경기였다.

우리카드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개막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신 감독은 개막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던 하승우 대신 이호건을 선발 세터로 내세웠다.

비시즌 내내 하승우를 중심으로 훈련해왔기에 실험에 가까운 변화였지만 이호건은 안정된 토스로 팀 공격을 살려내고 첫 승리를 선물했다.

토종 에이스 나경복은 이호건과 절묘한 호흡을 과시하며 양 팀 최다인 18점에 공격 성공률 60.71%를 터트렸다.

첫 2경기에서 30%대 공격 성공률에 그쳤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도 16점에 공격 성공률 42.42%로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 뒤에 만난 이호건은 "지난 24일 선발 세터로 나간다는 얘기를 감독님에게 들었다"며 "부담감이 컸지만 훈련했던 상황이 경기에서 많이 맞아떨어지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계약선수(FA)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이호건은 트레이드를 통해 곧바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이 우리카드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이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호건은 깔끔한 토스 워크로 팀이 3연패를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감독님이 많은 요구를 하진 않았다.

토스가 좋으니까 자신감 있게만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자신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적이 처음이라 초반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는데, 팀 동료들이 살갑게 대해주면서 이제는 조금씩 팀에 녹아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호건은 3세트까지 팀 공격 성공률 50%를 유지하는 안정된 활약으로 당분간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느린 토스 등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이호건은 "연습 때부터 속공 토스에 스피드를 주려고 하고 있다.

빠르게 공을 밀기 위해 연습도 하고 그 방면에 뛰어난 세터의 영상도 보고 있다"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알렉스는 하승우와 이호건의 토스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둘 다 비슷하지만, 자신감의 차이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알렉스는 "이호건은 자신감이 있고, 침착한 데 반해 하승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고 했다.

알렉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국에 오기 전에 배구를 못 했다.

한국 와서도 부상으로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또 지난 4개월 동안 가까운 친척 2명이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반등을 약속했다.

신 감독은 알렉스에게 100%가 아닌 80%의 힘으로 부드럽게 때릴 것을 주문한다.

또한 제자리 점프가 아니라 한두 발 뒤로 물러난 뒤 점프해 스파이크하는 것도 주문사항 중 하나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만큼 지나치게 힘에만 의존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알렉스는 "감독님의 주문은 나도 동의하고, 이전 지도자들도 지적했던 부분"이라며 "나를 도와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한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구를 안 한 지 오래돼서 리듬을 못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