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의 대규모 적자를 만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3분기에도 대부분 정유사가 반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유와 선박 연료 등으로 쓰이는 벙커C유 등의 소비량이 작년보다 크게 감소했고, 올해 여름 최장의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특수까지 실종되면서 석유제품 판매가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유사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 부진이 계속되며 좀처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0.4달러 하락하면서 2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 믿었던 에쓰오일 마저…3개 분기 연속 적자

정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발표를 한 에쓰오일은 올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이 2분기 1,64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1,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전분기대비 늘었고, 영업손실폭 감소와 영업외이익 증가 등으로 당기순이익 역시 3분기만에 흑자전환했다.

에쓰오일은 올 3분기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1643억원)보다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8,992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3%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303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액은 일부 정제설비 정기보수에 따른 원유처리물량 감소로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판매가 상승으로 늘었다”며 “영업이익 부문은 공정 정기보수 확대 및 역내 시장 마이너스 정제마진 지속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의 점진적 회복세 속 재고관련이익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폭이 전분기대비 155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기순이익의 경우엔 영업손실 규모 축소 및 영업외이익 증가로 오랜만에 흑자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 다른 정유사도 상황은 마찬가지…하반기 실적 회복 어려워

올해 상반기만 해도 3분기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도 최근 들어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2분기에 정유4사 중 유일하게 132억원의 흑자를 냈던 현대오일뱅크나 항공유 판매 비중이 높은 GS칼텍스도 3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증권은 최신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3분기에 흑자 전환은 가능하나 9월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151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지표인 정제마진이 약세를 지속하면서 하반기 실적 회복의 기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유업계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1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0.4달러 하락하면서 2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급락한 정제마진은 올해 3월 이후로는 역마진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초까지 마이너스 마진이 계속되면서 정유사들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고 가동률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같은 마진 축소는 올해 2분기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원인이 됐다.

하반기 들어서면서 산업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회복과 마진 회복을 예상했지만 9월 말이 지나서야 정제마진은 1달러를 회복했다. 그마저도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어 본격적인 업황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적자 늪 탈출하지만…여전히 암울한 정유사
■ 정유사 "이대로 힘들다"…신사업 발굴 속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업황 불황과 정제마진 악화로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사들이 `비정유` 부문 사업 재편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생존 전략을 마련 중이다.

정유사업만으로는 실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유사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배터리 사업, 석유화학, 모빌리티 사업 등 저마다 신사업 발굴

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설비 신·증설을 단행중이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헝가리 등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옌청,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추가 증설을 단행,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연내 중국 옌청 공장(20GWh) 증설이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생산량은 39.7기가와트시(GWh)로 늘어난다. 아울러 2023년까지 조지아1·2공장, 코마롬2공장을 완공하면 생산능력은 71GWh로 확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유 정제부산물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동안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아로마틱스 사업만 해왔으나 이번 프로젝트로 올레핀 분야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이로써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 플랫폼을 활용한 모빌리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모빌리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유소의 장점을 살려 주유, 세차, 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드론과 로봇 배송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GS칼텍스는 베트남 현지 세차업체와 손잡고 차량 정비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세차 업체 비엣워시의 모회사인 브이아이 오토모티브 서비스 지분 16.7%를 390억동(한화 약 2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에게 이제 ‘탈(脫) 정유’는 필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저마다 장점을 살려 정유업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줄인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적자 늪 탈출하지만…여전히 암울한 정유사
신동호기자 dh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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