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 교수, '저우언라이 평전' 출간

"나는 저우언라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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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미중(美中) 데탕트 시대를 연 미국 측 실무자(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자신의 회고록 '중국 이야기'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의 인품과 카리스마에 대해 이같이 찬사를 보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역시 그의 유연한 정치적, 외교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의 건국 이전에는 강인한 혁명가로, 건국 이후에는 외교와 행정의 탁월한 정치가로 활약한 저우언라이는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힌다.

현대 중국의 영원한 총리라는 말처럼 합리적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소중한 귀감이 되고 있다.

1976년 1월 8일, 저우언라이가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는 중국 국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처럼 큰 추모의 물결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 사망 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중국인의 가슴속에 얼마나 크게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 대표 사례였다.

중국 근대화의 초석을 다진 저우언라이의 삶과 정치·외교적 역정을 살펴보는 평전이 나왔다.

정종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는 국내외 문헌과 연구를 참고하고 직접 중국 현지를 답사하며 그가 남긴 흔적을 총체적으로 더듬어본 '저우언라이 평전'을 펴냈다.

국내 1세대 중국 연구자인 정 교수는 한중 수교 후 초창기 대중 외교를 직접 담당한 주중 대사로 활약한 바 있다.

이번 신간에는 그 같은 이론 연구와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의 통찰력이 담겼다.

중국 공산당의 창당 멤버로 대장정을 지휘했던 저우언라이는 수많은 외교적, 정치적 업적을 남겼다.

코민테른이 지원하는 '외인부대' 세력과 마오쩌둥 사이의 갈등을 정리한 것이 그중 하나였다.

시안 사건이 일어나는 등 혼란 상황에서 2차 국공 합작을 성공시켜 항일 공동 전선을 구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저우언라이가 이뤄낸 최대의 외교 업적은 중국을 국제 사회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미중 데탕트였다.

그의 뛰어난 현실 감각과 협상 능력, 미래 전망은 앞서 언급한 바처럼 미국 지도자들도 크게 감동케 했다.

이와 함께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이 참여한 반둥 회의에서 발표한 '평화 공존 5원칙'도 그에 못지않게 큰 업적으로 꼽힌다.

중국이 비동맹국을 비롯해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 그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건국 이후 정치적 유산 역시 지대했다.

저우언라이는 건국 직후 비공산당원 전문가들의 협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정치 협상 회의'의 운영을 책임지고 1차 5개년 경제 발전 계획도 수립하는 등 중국의 정치·경제적 토대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또한 마오쩌둥의 과격한 행보에 적절히 제동을 걸면서 마오쩌둥이 추진하는 정책들의 부작용을 줄이려 했다.

대약진 운동의 경제적 피해와 문화 대혁명의 정치적 혼란이 최소화한 데에 바로 저우언라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저자는 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의 성장 환경과 기질, 성품 등을 비교하면서 저우언라이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본다.

투철한 공인 정신과 청렴하고 온화한 성품의 저우언라이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는 좌우명과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신조를 초지일관 지켜냈다.

실사구시의 자세로 중국의 내실을 다지는 데 앞장선 것이다.

정 교수는 서문에서 "근엄하면서도 온화하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외유내강형의 저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깨끗한 삶과 투철한 공인(公人) 정신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이어나간다.

"그는 오무(五無)의 삶을 살았다.

다섯 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사는 동안 후손이 없었고, 높은 관직에 있었으나 사사로움이 없었고, 당원으로서는 지나침이 없었고, 많은 일을 했으나 원한을 사지 않았고, 죽어서 시신조차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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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품성 때문에 국공 내전 당시 총부리를 겨눈 상대인 장제스(蔣介石)조차도 저우언라이에 대해서는 개인적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원활한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를 직접 챙긴 지도자였던 것이다.

북한 함흥에는 저우언라이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북한에 있는 외국인 동상으로는 그가 유일하다.

집필 동기에 대해 정 교수는 "초대 총리이자 평생 총리였던 저우가 중국의 혁명과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평가하고, 오늘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 그가 남긴 흔적을 찾아보려 했다"면서 "또한 저우가 이념, 문화, 지역, 세대의 차이를 넘어 훌륭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대답을 찾아보려 했다"고 덧붙인다.

민음사. 364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