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연구생활 동안 보람 있었던 것이 꼭 연구 성과만은 아니었다. 많은 학생에게 인턴십 기회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발견하는 일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근무했던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매년 긴 여름방학 동안 정말 많은 학생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수천 명의 학생 인턴은 의생명과학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실제 현장에서 과학자들과 같이 실험하고 강연을 듣는다. ‘인턴 연구 성과발표회’를 통해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연구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NIH에서 인턴 경험을 한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의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NIH뿐 아니라 미국 대학과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적지 않은 예산을 책정, 인턴수당을 주면서까지 많은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것이 미래에 대한 가장 값진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국 후 한 대학에서 암당뇨연구원 설립을 주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도 바로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 재학 중인 학교와 성적을 묻지 않고, 의욕만 있다면 지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지도교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정하고, 지도교수의 지도 아래 실험을 진행하며, 인턴 기간을 마칠 때는 연구 발표회를 갖도록 했다.
연구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인생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보람된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지금도 그 학생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아쉽게도 최근 몇 년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예산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자칫 특혜로 비치는 것도 큰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인턴십 기회는 점점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상담교사 워크숍에서 제자들의 인턴십 기회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자신이 처한 현재가 인생의, 꿈의 종착역이라고 여기는 학생들에게 인턴십은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기회가 넘치는 세상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