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부산대 연구팀 "원편광 근적외선 광트랜지스터 개발…복제·도감청 원천 차단"

국내 연구진이 빛이 특정 방향으로 회전하며 직진하는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특성을 반도체의 물리적 암호화에 적용, 복제나 해킹이 어려운 강력한 보안 성능의 암호화 소자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일 광전소재연구단 임정아·주현수 박사팀과 부산대 고분자공학과 안석균 교수팀이 공동연구로 하드웨어 구조 변경 없이 빛의 회전(편광) 특성을 이용해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PUF)의 보안 성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암호화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 드론, 무인자동차 등 강력한 보안 솔류션이 필요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확산하면서 해킹에 노출되기 쉬운 소프트웨어 기반 키(key) 방식을 보완할 '물리적 복제방지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하드웨어 기반의 PUF는 반도체 칩 제작공정에서 생기는 결함(defects) 등 미세구조의 편차를 홍채나 지문처럼 칩 고유의 키값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복제나 해킹이 어렵다.

하지만 이 방식은 보안 수준을 더 높이려면 하드웨어 크기를 늘리는 등 구조를 바꿔야 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전류와 근적외선에 의해 작동하는 광트랜지스터 소자를 만들고 그 위에 특정 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편광 근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나선 구조의 '콜레스테릭 액정'(Cholesteric liquid crystal) 필름을 형성해 하드웨어 구조 변경 없이 PUF 보안성능을 크게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은 시계 또는 반시계방향 등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통과하는 빛의 양이 달라져 그 자체가 하나의 암호 키가 될 수 있고, 이를 광트랜지스터의 전압 및 근적외선 특성과 결합하면 더 강력한 암호화가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를 소자 제작에 적용해 소자의 물리적 크기를 바꾸지 않고도 암호화 키 생성에 사용되는 조합의 수를 증가 시켜 해킹과 도·감청 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PUF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자는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고분자 반도체의 높은 흡광도와 트랜지스터의 신호 증폭, 콜레스테릭 액정 필름의 광학적 간섭 효과로 기존 나노패터닝 기반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광트랜지스터보다 감도가 30배 이상 우수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가시광선 원편광만 감지할 수 있던 유기 광트랜지스터 소자들과 달리 근적외선 영역 원편광을 광통신,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광전소자에 사용할 수 있어 향후 적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정아 박사는 "이 연구는 원편광 감응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보안성능이 강화된 암호화 소자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인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연구"라며 "이는 간단한 용액공정으로 고감도 근적외선 원편광 감응 소자 제작이 가능함을 보인 것으로 향후 다양한 차세대 광전소자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