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달빛, 숲속 공연 중계…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해외 밴드도 '랜선 참가'
새소리 들리는 숲속 라이브…온라인 콘서트의 진화
쭉쭉 높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오후의 자연광이 비스듬히 드리운다.

마침 날씨도 좋다.

그 아래 옥상달빛 김윤주·박세진 두 멤버와 세션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잘 지내, 어디서든',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어른이 될 시간', 그리고 '수고했어 오늘도' 등을 풀 세션으로 잇따라 들려줬다.

아쉬운 점은 현장이 아닌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
그러나 옥상달빛 특유의 다정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새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나무 사이 햇빛의 각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풍경은 오프라인 콘서트와는 또 다른 의미의 현장감도 선사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새로운 관객 경험을 고안하기 위한 '콘텐츠 실험'이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진행된 옥상달빛의 온라인 유료 단독공연 '사운드 오브 포레스트'(Sound of Forest)는 공연장이나 스튜디오가 아닌 자연을 무대로 택해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을 살렸다.

경기도에 있는 한 잣나무숲에서 옥상달빛이 약 70분간 공연을 펼치고 이를 카카오TV를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옥상달빛 박세진은 "산에서 바람 소리도 들리고, 낙엽이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맞으면서 노래도 부르고…"라며 "최초로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여러 가지로 긴장했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김윤주는 "다음에 여기서 여러분을 직접 만나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저희가 (숲에) 있는 이 느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숲속에 있는 것 같다", "힐링이다" 등 관객들의 댓글도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번 콘서트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공간'에서 펼치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어나더 플레이스' 시리즈의 첫 번째 무대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시청 관객에게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입체음향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앞서 설명했다.

새소리 들리는 숲속 라이브…온라인 콘서트의 진화
온라인 록 페스티벌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국내 대표 여름 록 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지난 16∼17일 전면 온라인으로 열렸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 밴드가 직접 내한하지는 못하지만 '랜선'으로 참가한 팀들이 있어 주목받았다.

짙은 서정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영국 록밴드 트래비스(Travis)와 미국의 대표적 포스트 메탈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만을 위한 영상을 사전 제작해 스트리밍했다.

트래비스 네 멤버는 각자의 공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화면을 4분할로 보여줬다.

대표곡 중 하나인 '싱'과 이달 발매한 신보 '텐 송즈'(10 Songs) 수록곡 '키싱 인 더 윈드'와 '어 고스트' 등 3곡을 들려줬다.

보컬 프랜시스 힐리는 "우리는 꼭 내년에 (펜타포트에) 참석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프헤븐은 '블랙 브릭'과 '드림 하우스' 라이브 영상을 미국 현지에서 보내왔다.

보컬 조지 클라크의 강렬한 그로울링과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눈동자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자우림·넬·국카스텐·부활·새소년 등 국내 최정상급 록밴드들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무관중으로 공연을 펼치고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첫날 헤드라이너로 선 자우림의 김윤아는 "올해는 슬프고 기쁜 무대"라며 "슬픈 페스티벌은 올해로 끝이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새소리 들리는 숲속 라이브…온라인 콘서트의 진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