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안보보좌관 "도쿄가 기회"…대선前 대북 이벤트 난망 공식화 해석
도쿄올림픽 '제2의 평창' 도모…서훈 면담 직후 언급, 한미 교감 가능성도
트럼프 대선 이겨야 가능한 시나리오…바이든 당선시 대북정책 변화 전망
북미협상 '도쿄올림픽' 좌표 찍은 백악관…서훈 방미직후 공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협상 재개 시점으로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거론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애스펀 연구소 화상 대담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내년 도쿄올림픽을 거론하며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 화합의 장인 올림픽이 북미 간 정치적 돌파구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북미 간 깜짝회동 등 미 대선 직전 '10월의 서프라이즈' 관측이 잇따른 가운데 미 고위 인사가 북미대화 재개에 대한 구체적 시간표를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오브라이언의 발언은 북미 협상 시기로 '내년 여름'을 제시함으로써 미 대선 전에는 대화 재개가 어려운 것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열세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한반도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관측은 상당 부분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 등의 계기에 종전선언을 언급한 전후로 청와대 안보실의 서훈 실장과 김현종 차장,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안보라인의 연쇄 방미로 북미 간 '깜짝 이벤트' 개연성의 불씨가 되살아났지만 3주도 안 남은 대선 일정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8월 회견에서 북한·이란을 거론, "(대선에서) 이기면 매우 신속히 협상할 것"이라고 해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미협상 '도쿄올림픽' 좌표 찍은 백악관…서훈 방미직후 공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위 외교·안보 참모인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북미대화 재개가능 시기를 공개한 시점이 서훈 안보실장의 방미와 겹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서 실장은 14일 오브라이언 보좌관, 15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잇달아 면담했다.

'도쿄올림픽' 아이디어가 한미 간 교감으로 도출됐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좀처럼 교착 타개 명분을 찾지 못한 한미 양국이 도쿄올림픽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관문이었던 '제2의 평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열병식에 대해 미국이 '로키'로 일관하는 의도가 당장 대선에서의 악재를 막고 훗날 대화 재개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18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역전극을 일군다면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제시한 시간표대로 도쿄올림픽이 한반도 화해를 위한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런 구상은 물 건너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략적 대북 인내' 정책을 구사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으로서는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대북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전날 ABC방송 타운홀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폭력배'로 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가장 친한 친구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한반도 화해 물꼬를 트려는 지금까지의 남북미 정상의 노력이 바이든 체제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 차례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내년 여름에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