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평가 거치지 않은 논문…기존 연구에 비해 신뢰도 떨어져"
"WHO 연구, 참여 환자 많고 신뢰도 무시 못해…렘데시비르 효용성 검토 필요"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치료효과 논란…"치료원칙 바뀌지 않을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쓰는 '렘데시비르'의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효용 가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WHO가 입원 환자 1만1천266명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연대 실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하나의 연구 결과로 당장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는 치료 원칙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국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WHO에서 발표한 논문의 한계를 지적한다.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데다 학술적으로도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 중앙임상위 차원에서 WHO 연구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정한 것은 아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6일 연합뉴스에 "WHO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검토(peer review·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분야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연구는 회복 기간을 단축한다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NIH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코로나19 입원 환자 1천6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ACTT-1)을 진행한 결과 렘데시비르는 회복 기간을 15일에서 10일로 5일가량 단축했다.

이 결과는 이달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앞서 NIH가 주도한 임상 연구가 올해 5월 예비보고서로 공개된 데 이어 이달 최종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이 결과와 WHO 연구가 비교되면서 렘데시비르가 사망률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진 데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오 위원장은 "애초 NIH 연구 자체가 퇴원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인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며 "이 연구를 가지고 사망률을 줄이지 못했다고 하면 임상 연구의 방법론이나 결과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률은 통계학적으로 '아슬아슬하게' 줄이지 못했던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그는 "NIH 연구에서 치료 시작 29일째 사망률을 보면 렘데시비르는 11.4%, 가짜 약(위약)은 15.2%였다"며 "신뢰구간을 다소 벗어나는 바람에 유의하지 않았던 것이고, 만일 3천명을 등록해 연구했다면 충분히 통계학적 차이를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IH 연구는 이중 눈가림, 위약(가짜약) 대조군 설정 등 엄격한 기준과 모든 환자에게 모두 똑같이 적용하는 프로토콜을 가지고 진행한 임상 시험"이라며 "WHO 연구 디자인은 이런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방 센터장은 "기존에 렘데시비르는 생존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회복을 앞당긴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WHO 연구는 등록 환자가 많지만 연구의 디자인 등을 봤을 때는 NIH가 주도한 임상 연구에 비해 근거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피어리뷰를 받지 않은 것도 한계"라며 "이 연구를 가지고 지금까지 확립한 렘데시비르 치료원칙이 바뀔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렘데시비르가 통계적으로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한계가 또다시 확인된 만큼 그 가치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에서 발표한 연구가 신뢰도가 있는 임상으로 보이고, 참여한 환자도 더 많다"며 적잖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길리어드와 NIH 연구에서 렘데시비르는 입원 기간을 처음에는 4일(15일→11일), 최종으로는 5일(15일→10일) 단축했고 사망률을 분명히 줄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며 "이른 퇴원을 돕기는 했지만 사망률을 낮추진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입원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회복기간을 단축하는 게 가치가 있겠지만 우리는 의료비용이 그만큼 비싸지 않다"며 "200만원이 넘는 약이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렘데시비르는 1바이알(병)당 390달러(약 46만원)로 5일 치료 시 2천340달러(277만원), 10일 치료 시 4천290달러(509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국내에서는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