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구단, 만장일치 부결…그러나 운영체제 개선방안 논의하기로
"리버풀·맨유 대표, 의외로 차분"
리버풀·맨유 '빅 픽처' 일단 무산…"EPL 개혁 작업 이어질 듯"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주도한 프리미어리그(EPL) 개혁 시도가 일단 무위로 돌아갔다.

EPL은 15일(한국시간) 성명을 내고 리버풀·맨유가 제안한 이른바 '프로젝트 빅 픽처' 개혁안이 20개 구단 대표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EPL은 성명에서 프로젝트 빅 픽처를 앞으로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20개 구단은 리그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운영 시스템 등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PL은 일단 3, 4부 리그를 위해 추가로 총 5천만 파운드(약 750억원) 규모의 무이자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EPL은 앞서 올해 중순 2천720만 파운드(약 400억원)를 이들 하부 리그에 지원한 바 있다.

프로젝트 빅 픽처는 EPL 구단을 20개에서 18개로 축소하고 리그컵·커뮤니티실드를 폐지해 유럽 클럽대항전에 나서는 빅클럽들의 경기 수 부담을 줄이는 한편, TV 중계 수익의 25%를 챔피언십(2부 리그)과 3~4부 리그 운영을 관장하는 잉글랜드풋볼리그(EFL)에 넘기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리버풀·맨유 '빅 픽처' 일단 무산…"EPL 개혁 작업 이어질 듯"
여기에 리버풀·맨유 등 '빅 6 클럽'과 EPL에서 오래 살아남은 에버턴, 사우샘프턴, 웨스트햄 등 총 9개 구단에 강화된 의결권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있다.

이 개혁안이 실행되면 하부리그와 1부리그 간의 격차는 좁혀지지만, 빅클럽과 다른 EPL 클럽 간 '체급 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축구계 재정 위기 상황을 틈타 빅클럽 구단주들이 리그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프로젝트 빅 픽처는 무산됐지만, EPL이 이날 성명에서 '전략적인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리그 구조를 바꾸는 작업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리버풀과 맨유가 제시한 개혁안은 무산됐으나, EFL이 절박하게 요구하던 것에 관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고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빅 픽처가 부결되면 리그를 탈퇴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왔던 리버풀과 맨유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