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어린 정의선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부회장' 타이틀 유일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사법리스크 등에 승진 미루는 듯

14일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재계 1위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언제 회장으로 승진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의 세대교체 바람으로 40·50대의 '젊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4대 그룹중 유일하게 이재용 부회장만 아직까지 회장이 아닌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1998년부터 회장 자리를 맡고 있고,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은 LG그룹의 구광모(42) 회장은 2018년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수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직을 수행하면서도 각각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생존해 있다 보니 부회장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보다 두 살 어린 정의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 부회장만 '부회장'으로 남게 됐다.

올해 52세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확대했다.

특히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넘도록 삼성의 총수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별개로, 이 부회장도 회장 취임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 부회장이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지난 6년간 보여준 성과와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회장 자리에 올라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이미 1987년 12월, 지금의 이 부회장보다 7살 어린 45세의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삼성 역사상 나이로 따져도 이르지 않다.

그러나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기는 알 수 없고, 그와 관련해 거론된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서 자가 호흡을 하고 있고, 여전히 이 회장의 쾌유를 바라고 있어 상속 또는 부친의 의지에 따라 아들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준 타 그룹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승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경우여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들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미 삼성의 총수로서 각인돼 있다보니 굳이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건 이후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회장 승진을 막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게이트로 특검에 소환되며 삼성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되기도 하는 등 험난한 기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과 "회장으로 승진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서 상징성이 크다"며 "삼성이 이건희 회장 타계 전이라도 사법리스크의 해결 정도를 봐가며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