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감축 후 출퇴근 때 40∼50명씩 탑승…사회적 거리두기 무색
시청 대중교통과 항의 전화로 업무 마비…"방역대책 강화하겠다"
"'콩나물 버스' 코로나 옮길라" 시내버스 감축에 청주시민 불안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서 오송역을 거쳐 세종시 조치원읍까지 운행하는 502번 시내버스는 요즘 '콩나물 버스'로 불린다.

출퇴근 시간에는 보통 40∼50명이 다닥다닥 붙어 탑승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승객 수는 이전에 비해 40%가량 폭증했다.

청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내버스 업계를 돕기 위해 지난 12일 전체 시내버스(400대) 운행을 40% 감축해 벌어진 일이다.

지난주까지 이 노선 버스는 평균 9분 간격으로 하루 110회 운행했다.

하지만 사흘 전부터 운행 횟수가 53회로 줄면서 배차 간격이 20분으로 늘어났다.

서원구 분평 종점에서 오창과학산업단지를 오가는 713번 시내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21분 간격으로 하루 51회 운행하던 버스가 이번 주부터 34분 간격으로 30회를 오간다.

당연히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은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의 '콩나물 시루'가 되기 일쑤다.

"'콩나물 버스' 코로나 옮길라" 시내버스 감축에 청주시민 불안
시민 박모(55)씨는 "마스크를 착용한다지만, 비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이동하는 게 불안하다"며 "자칫 코로나19 바이러스라도 퍼지지 않을까 신경 쓰인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청 대중교통과에도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면서 이렇게 콩나물 버스를 만들어도 되느냐'는 지적에서부터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 '대체 노선은 있느냐' 등을 따져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감축 운행 첫날인 12일 400여통에 이어 이튿날에도 300여통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9명의 직원이 일반 업무를 접고 전화응대에 나섰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는 시내버스 운행감축에 따른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버스 출입문 부근에는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수칙도 철저히 지키도록 홍보하고 있다.

"'콩나물 버스' 코로나 옮길라" 시내버스 감축에 청주시민 불안
앞서 시는 지난 5월 30일부터 시내버스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어길 경우 버스 기사가 승차를 거부할 수 있고, 불응하고 탑승했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3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했다.

시 관계자는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를 멈추게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운행 횟수를 줄였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운행 횟수를 다시 늘리고 그에 따른 적자를 업계에 보전해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당 탑승 인원이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만큼 업계에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고, 현장 점검 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