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전문가 인정 않는 키움, 새 감독 선임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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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고교야구 감독에게 들었던 얘기다.
고교야구 지도자로만 수십년간 활동한 이 감독은 과거 학교장으로부터 황당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교장은 야구부가 경기에서 패하자 감독을 불러 작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경기 내내 지켜봤는데 감독은 왜 '홈런 사인'을 내지 않고 '번트 사인'만 내는가.
감독이 작전 지시를 잘못해서 경기를 진 것 아닌가"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화였다.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구단 임원들이 많았다.
모기업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야구단으로 발령받은 임원들은 구단 업무에 조금만 적응했다 싶으면 감독이나 코치를 불러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곤 했다.
그들은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스윙을 인용해 '타격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해 감독과 코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프로야구에서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물론 프런트가 주도하는 야구도 하나의 흐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수단 구성에 집중되어야 하는 일이다.
투수 교체와 작전 지시 등 경기 운영은 여전히 감독과 코치의 몫이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취임 초기 "12월과 1월은 단장의 시대"라며 "2월부터는 선수단이 이끄는 감독이 전면에 나서고 프런트를 뒤에서 지원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차 단장이 12월과 1월이 '단장의 시대'라고 밝힌 것은 이 시기에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 영입, 신인 계약,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단 구성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단 구성이 끝나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부터는 감독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프런트가 이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자진 사퇴'라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감독이 '가을야구'를 앞두고 성적 부진으로 사퇴했다는 소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키움의 발표 내용이 놀랍기만 하다.
야구계에 따르면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지나친 현장 간섭이 손혁 감독의 사퇴를 촉발했다고 한다.
구단 수뇌부의 간섭에 반발한 손 감독이 사표를 던진 것인지, 사실상 경질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키움 구단은 야구계의 이런 문제 제기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히어로즈 구단은 이장석 전 사장 시절부터 프런트의 현장 관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초대 감독으로 이광환 감독을 영입했고, 이어 김시진(2009∼2012)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런데 세 번째 감독으로 염경엽 감독을 깜짝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광환, 김시진 감독과 비교해 지명도가 훨씬 떨어졌던 염 감독은 내세울 만한 선수 경력이 없는 데다 은퇴 후 코치 경력도 길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장석 사장이 '뻣뻣한' 거물 감독보다는 자신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감독을 지명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 시절부터 상위권 팀으로 도약한 히어로즈는 제4대 사령탑으로는 운영팀장을 맡고 있던 장정석 전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3년간 팀을 이끈 장 감독은 그러나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장석 사장을 대신해 구단 인사권을 장악한 허민 이사장과 하송 사장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새로 영입한 손혁 감독은 불과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손혁 감독 사퇴 후 감독대행은 현장 경험이 1년에 불과한 김창현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맡았다.
몇몇 야구인들은 "키움 수뇌부가 프로야구 감독을 아무나 해도 되는 자리로 여긴다"라며 한탄하고 있다.
키움 수뇌부의 인식대로라면 내년부터는 굳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주고 새 감독을 영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야구인 출신 감독을 '들러리' 정도로 여긴다면 키움 수뇌부가 감독을 겸직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연합뉴스
고교야구 지도자로만 수십년간 활동한 이 감독은 과거 학교장으로부터 황당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교장은 야구부가 경기에서 패하자 감독을 불러 작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경기 내내 지켜봤는데 감독은 왜 '홈런 사인'을 내지 않고 '번트 사인'만 내는가.
감독이 작전 지시를 잘못해서 경기를 진 것 아닌가"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화였다.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구단 임원들이 많았다.
모기업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야구단으로 발령받은 임원들은 구단 업무에 조금만 적응했다 싶으면 감독이나 코치를 불러 '용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곤 했다.
그들은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스윙을 인용해 '타격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해 감독과 코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프로야구에서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물론 프런트가 주도하는 야구도 하나의 흐름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수단 구성에 집중되어야 하는 일이다.
투수 교체와 작전 지시 등 경기 운영은 여전히 감독과 코치의 몫이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취임 초기 "12월과 1월은 단장의 시대"라며 "2월부터는 선수단이 이끄는 감독이 전면에 나서고 프런트를 뒤에서 지원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차 단장이 12월과 1월이 '단장의 시대'라고 밝힌 것은 이 시기에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 선수 영입, 신인 계약,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수단 구성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단 구성이 끝나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부터는 감독에게 주도권을 넘긴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프런트가 이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지난 8일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인한 자진 사퇴'라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감독이 '가을야구'를 앞두고 성적 부진으로 사퇴했다는 소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키움의 발표 내용이 놀랍기만 하다.
야구계에 따르면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지나친 현장 간섭이 손혁 감독의 사퇴를 촉발했다고 한다.
구단 수뇌부의 간섭에 반발한 손 감독이 사표를 던진 것인지, 사실상 경질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키움 구단은 야구계의 이런 문제 제기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히어로즈 구단은 이장석 전 사장 시절부터 프런트의 현장 관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초대 감독으로 이광환 감독을 영입했고, 이어 김시진(2009∼2012)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런데 세 번째 감독으로 염경엽 감독을 깜짝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광환, 김시진 감독과 비교해 지명도가 훨씬 떨어졌던 염 감독은 내세울 만한 선수 경력이 없는 데다 은퇴 후 코치 경력도 길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장석 사장이 '뻣뻣한' 거물 감독보다는 자신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감독을 지명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 시절부터 상위권 팀으로 도약한 히어로즈는 제4대 사령탑으로는 운영팀장을 맡고 있던 장정석 전 감독을 전격 발탁했다.
3년간 팀을 이끈 장 감독은 그러나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장석 사장을 대신해 구단 인사권을 장악한 허민 이사장과 하송 사장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새로 영입한 손혁 감독은 불과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손혁 감독 사퇴 후 감독대행은 현장 경험이 1년에 불과한 김창현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맡았다.
몇몇 야구인들은 "키움 수뇌부가 프로야구 감독을 아무나 해도 되는 자리로 여긴다"라며 한탄하고 있다.
키움 수뇌부의 인식대로라면 내년부터는 굳이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주고 새 감독을 영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야구인 출신 감독을 '들러리' 정도로 여긴다면 키움 수뇌부가 감독을 겸직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