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2위로 올라선 만큼 이대로 정규리그 마치고 싶다"
은퇴를 앞둔 박용택(41)과 후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2020년 가을이 무척 특별하다.

LG는 11일 NC 다이노스를 7-3으로 제압하고 거침없이 6연승을 질주했다.

더블헤더를 포함해 NC와의 주말 4연전을 쓸어 담고 NC에 16개월 만에 최다인 5연패의 굴욕을 안겼다.

류중일 LG 감독은 "2위로 올라선 만큼 이대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싶다"고 남은 기간 목표를 제시했다.

플레이오프로 직행해 한국시리즈로 향하겠다는 구상이다.

연승이 '6'으로 이어진 출발점이 박용택이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박용택은 11일 1-3으로 끌려가던 8회말 선두 대타로 나와 우전 안타로 역전극의 포문을 열었다.

LG는 NC 필승 계투조를 물고 늘어져 실책과 폭투를 유도하며 8회에만 6점을 뽑아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기록의 사나이' 박용택은 지난주 두 가지 위업을 이뤘다.

KBO리그 최초로 2천500안타를 쳤고, 타자 최다 출장 기록(2천224경기)을 새로 썼다.

2천500안타를 친 날 삼성에 2-3으로 패한 뒤 박용택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9회말 끝내기의 발판을 놓았지만, 연장 접전에서 패했다는 아쉬움이 LG 선수단의 투지를 깨웠다.

후배들은 박용택이 중전 안타로 2천224경기 출장을 자축한 8일,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로 삼성을 1-0으로 따돌리고 이날은 선배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구심점' 박용택 덕분에 LG의 조직력은 어느 때보다 훌륭하다.

"한국시리즈가 내 은퇴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던 박용택의 마지막 꿈을 이뤄주고자 후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박용택의 존재 자체가 선수들에겐 승리를 향한 동기 부여가 됐다.

기록 행진보다 팀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는 박용택의 열망은 창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1994년 이래 26년 만에 대권 탈환에 나선 LG 선수단의 염원과 맞물려 더 큰 에너지로 승화했다.

힘겨운 2주가 될 것이라는 류중일 감독의 예상과 달리 LG는 지난주 삼성, NC를 상대로 6승 1패로 반환점을 돌았다.

여세를 몰아 이번 주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와 6연전을 슬기롭게 넘어가면 2위 싸움에서도 유지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선두 NC를 넘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규리그 2위 확정은 LG의 통산 세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프로 19년 인생을 정리하는 박용택에게 남은 정규리그는 11경기뿐이다.

'대타 1번 요원' 신분이라 매 경기 출전할 순 없지만, 박용택은 선수단의 버팀목이자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로 더그아웃을 달굴 참이다.

현재 74승 3무 56패(승률 0.569)를 거둔 LG가 박용택의 기(氣)를 받아 승수를 계속 추가하면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정립된 이래 지난해 달성한 시즌 최다승(79승 1무 64패) 기록도 넘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