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목표' 평양병원·삼지연 완공 소식 없어…심야 열병식에 조명축전 진행
북, '삼중고'속 차분한 당창건 75주년…빛축제로 분위기 밝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내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로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색적인 행사 연출을 기획하며 반전을 꾀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열병식이 자정께 개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통상 낮에 열병식을 열고 신형 전략·전술 무기를 과시한 뒤 대규모 군중시위까지 벌이며 군사력과 대내 결집력을 부각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당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열병식을 열었으며, 대내외 매체에서 아직 개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동원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심야에 열린 탓에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경축 무도회나 체육 경기도 생략했다.

작년에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님에도 당창건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 무도회가 열렸고, 태권도와 빙상 등 다채로운 체육 경기가 개최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행사 탓인지 대외적으로 행사를 알리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열면 평양 주재 외국인을 초청해왔지만, 올해는 외무성이 평양 주재 대사관과 국제기구 사무실에 공문을 보내 당창건 75주년 행사장에 접근하지 말고 사진과 영상도 촬영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북, '삼중고'속 차분한 당창건 75주년…빛축제로 분위기 밝혀
이처럼 북한의 '10월 명절'인 당창건 75주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로 최악의 경제난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이 당창건일을 기한으로 내세웠던 최소한의 건설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평양종합병원과 삼지연 조성사업은 이날 끝내 완공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홍수와 태풍 피해로 주택 같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보니 경제 목표는 모두 뒤로 밀린 모양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황해도와 개성의 수해 지역에 주택이 재건됐으며 당창건 75주년 전야인 9일 주민들이 새집에 입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평양 순안지구와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서도 새집들이 행사가 열렸다.

북, '삼중고'속 차분한 당창건 75주년…빛축제로 분위기 밝혀
하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초라하게 보낼 수 없는 만큼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빛을 앞세운 이색적인 깜짝쇼 연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고 불꽃놀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드론이 동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스다코타주 '큰 바위 얼굴' 상공에서 불꽃놀이가 열리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나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퍼포먼스처럼 밤이라는 시간대를 십분 활용해 종전에는 보지 못한 행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6일부터 조명축전 '빛의 조화-2020'를 진행하고, 코미디무대인 '웃음무대' 공연을 펼치고 12일부터 매스게임(집단체조)도 진행하는 등 명절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특히 조명 축전에서는 평양 제1백화점 건물 벽면에 '미디어 파사드'(외벽영상) 형태의 대형 영상을 투영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TV에서는 조명 축전을 부각하며 "단순히 벽면에 비춰주는 조명이 아니라 독특한 기술로 입체감을 주고 있다"며 "다양하고 특색있는 행사들이 연이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