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기간 무노동 처리에 수개월째 입국 포기…"언제 끝날지 몰라 더 고통" "대기업 하도급 업체 직원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이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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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홍콩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A씨는 10일 동료직원과 본인이 현지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는 국내 한 중소 토목회사의 엔지니어다.
국내 대기업이 홍콩 현지법인과 합작한 회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으면서 A씨는 현지로 파견됐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현지로 나가 있던 동료 직원들과 A씨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고통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6개월에 한 번씩 보름간 주어지는 휴가 때 국내 가족들을 볼 생각에 열심히 일해 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아무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 2인 1실 숙소를 동료와 함께 쓰며 외출도 최대한 자제하는 상황이 이어진 게 벌써 몇 달째다.
A씨를 포함해 이들 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데는 하도급 업체들의 열악한 복지가 이유로 꼽힌다.
대기업 해외근로자들은 국내로 오가는 자가격리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반면에, 하도급 업체 직원들은 자각격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은 무노동으로 처리돼 임금도 지급되지 않기도 한다.
A씨는 "국내로 들어오는 자가격리 비용은 회사에서 처리가 되는데 휴가가 끝나고 다시 현지에 도착해서 하는 자가격리에 대해서는 회사가 말이 없다"면서 "저는 최근에 질병 때문에 귀국했지만 다른 동료들은 아직 들어온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현지 파견과정에서 불안했던 자신의 신분 문제에 대한 문제도 털어놨다.
A씨는 "홍콩신분증, 안전훈련증명서, CWR(건설노동자등록증) 3가지가 모두 있어야 현지에서 적법하게 일할 수 있는데, 취업비자가 없는 노동자들은 우선 관광비자로 들어간 뒤 현지에서 이를 취득하고 이를 취득하지 못하면 국내로 돌아왔다"면서 "이들 증명을 모두 취득하기 전에는 현장에서 홍콩 감독관이 오면 작업자들에게 피해 있으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국격에 맞지 않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노동자로서 고통을 호소하는 건 A씨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영세 무역업을 운영하는 B씨도 8개월째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B씨도 "직원이 몇 명 없고, 왕복에 한 달간의 자가격리가 필요한 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더 답답한 것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