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서브컬처' 탈 쓴 소아성애 게임 더는 용납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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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성적대상 취급한 '아이들프린세스'…비판받자 "검열 말라" 반발
게관위는 퇴출 아닌 '청불' 허용…소아성애 뿌리 뽑을 법·제도 시급 2010년 아마존이 책 한 권을 자사 판매 목록에서 삭제한 일이 있다.
책 제목은 '사랑과 기쁨을 위한 소아성애자 가이드(The Pedophile's Guide to Love and Pleasure)'였다.
책은 실제로 소아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이었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비판이 쏟아졌는데, 아마존은 처음에는 책을 내리지 않았다.
아마존 관계자는 한 언론에 "메시지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책을 팔지 않는 것은 검열이라고 본다.
범죄 행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모든 개인이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아마존은 해당 책을 삭제했다.
입장을 바꾼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특정 콘텐츠를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삭제하는 것이 검열인지 논쟁할 때 항상 언급되는 중요 사례다.
미국 사회가 소아성애만큼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출시 전 '육아 게임'이라고 광고했던 모바일게임 '아이들프린세스'가 사실은 여아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게임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게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아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상기된 표정을 짓거나, 여성 캐릭터가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모바일로 터치하면 부위에 따라 캐릭터가 반응을 보이는데 미성년 아동조차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여아 캐릭터가 "마카롱을 주면 만지도록 허락하겠다", "속옷 안이 궁금하면 돈부터 내라"며 성을 상품화하는 장면도 있다.
유튜브 리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이 공론화되자 제작사는 공식 사과문을 올리면서 지적받은 장면들을 수정·삭제하는 한편 18세 이용가로 등급 분류를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게임 공식 카페와 일부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검열'로 규정한다.
이른바 '미소녀'를 다루는 '서브컬처' 게임 특성상 이 정도 수위는 그동안 용인돼 왔는데, 갑작스러운 여론몰이 탓에 재미있는 신작이 검열을 당했다는 것이다.
서브컬처란 문화·예술 장르 가운데 주류 문화가 아닌 비주류 문화, 소수 마니아층이 즐기는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게임 쪽에서는 '미소녀 게임'이 대표적인 서브 컬처다.
여아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하며 연애를 즐기거나, 다양한 외모·성격의 여성 동료를 모아 전투를 벌이는 게임 장르다.
미소녀 게임은 대부분 신체 노출 등 선정성을 띤다.
주인공(이용자)과 캐릭터의 감정적 교류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미션을 해낼 때 캐릭터가 보상을 주는 식의 시스템도 필수 요소다.
장르 자체가 여아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연구진은 미소녀 게임을 연구한 2018년 논문에서 "무분별한 미소녀 캐릭터 소비는 이용자에게 여성을 상품처럼 고르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미소녀 이미지에 계속 기생하는 한 성적 대상화 문제는 잔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들프린세스 등 일부 미소녀 게임 팬들이 '검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장르가 성적 대상화 문제로 지적을 당하기 시작하면 현재 형태를 온전히 유지할 게임이 없을 거라는 우려다.
그러나 서브컬처 및 미소녀 장르 팬층에서도 아이들프린세스의 노골적인 여아 성적 대상화·성 상품화는 비판하는 분위기다.
아이들프린세스는 장르물 수준에서 벗어나 소아성애와 성 상품화를 대놓고 조장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집단에서는 검열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지만, 사실 아이들프린세스를 검열할 수 있는 주체들은 이번 논란에 방관하거나 늑장 대응했다.
아이들프린세스에 15세 이용가를 허락했던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등 플랫폼들은 게임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8일에야 아이들프린세스 등급을 직권으로 재분류했는데, 등급 분류를 거부하지 않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매겼다.
이현숙 게관위원이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8세 이용가로 올리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아동을 성애하는 것은 성인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퇴출 의견을 밝혔으나, 7일 열린 전체 회의는 이 게임을 시장에 남기기로 했다.
10년 전 아마존은 '소아성애자 가이드' 서적 판매를 뒤늦게나마 막았지만, 한국의 규제 당국과 앱 마켓 플랫폼은 여아 성 상품화로 지적받은 게임의 유통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소아성애 문제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만, 관리 책임자들의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n번방' 범죄를 계기로 아동 성 착취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제고된 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최대 징역 29년의 형량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n번방 주범인 '박사' 조주빈은 새 양형기준의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n번방에서 유통된 성 착취물은 아직도 음지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는 1년 2개월 만에 석방됐다.
한국 법원은 그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는 미국 법무부 요청도 거절했다.
여아를 딸인 척, 동료인 척 포장하면서 신체를 만질 수 있게 한 게임 아이들프린세스는 2020년 한국 사회에서 n번방·웰컴투비디오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소아성애 집단을 발본색원할 법·제도가 시급하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
/연합뉴스
게관위는 퇴출 아닌 '청불' 허용…소아성애 뿌리 뽑을 법·제도 시급 2010년 아마존이 책 한 권을 자사 판매 목록에서 삭제한 일이 있다.
책 제목은 '사랑과 기쁨을 위한 소아성애자 가이드(The Pedophile's Guide to Love and Pleasure)'였다.
책은 실제로 소아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이었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비판이 쏟아졌는데, 아마존은 처음에는 책을 내리지 않았다.
아마존 관계자는 한 언론에 "메시지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책을 팔지 않는 것은 검열이라고 본다.
범죄 행위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모든 개인이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아마존은 해당 책을 삭제했다.
입장을 바꾼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특정 콘텐츠를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삭제하는 것이 검열인지 논쟁할 때 항상 언급되는 중요 사례다.
미국 사회가 소아성애만큼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출시 전 '육아 게임'이라고 광고했던 모바일게임 '아이들프린세스'가 사실은 여아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게임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게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아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상기된 표정을 짓거나, 여성 캐릭터가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모바일로 터치하면 부위에 따라 캐릭터가 반응을 보이는데 미성년 아동조차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여아 캐릭터가 "마카롱을 주면 만지도록 허락하겠다", "속옷 안이 궁금하면 돈부터 내라"며 성을 상품화하는 장면도 있다.
유튜브 리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이 공론화되자 제작사는 공식 사과문을 올리면서 지적받은 장면들을 수정·삭제하는 한편 18세 이용가로 등급 분류를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게임 공식 카페와 일부 남초(男超)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검열'로 규정한다.
이른바 '미소녀'를 다루는 '서브컬처' 게임 특성상 이 정도 수위는 그동안 용인돼 왔는데, 갑작스러운 여론몰이 탓에 재미있는 신작이 검열을 당했다는 것이다.
서브컬처란 문화·예술 장르 가운데 주류 문화가 아닌 비주류 문화, 소수 마니아층이 즐기는 하위문화를 가리킨다.
게임 쪽에서는 '미소녀 게임'이 대표적인 서브 컬처다.
여아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하며 연애를 즐기거나, 다양한 외모·성격의 여성 동료를 모아 전투를 벌이는 게임 장르다.
미소녀 게임은 대부분 신체 노출 등 선정성을 띤다.
주인공(이용자)과 캐릭터의 감정적 교류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미션을 해낼 때 캐릭터가 보상을 주는 식의 시스템도 필수 요소다.
장르 자체가 여아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연구진은 미소녀 게임을 연구한 2018년 논문에서 "무분별한 미소녀 캐릭터 소비는 이용자에게 여성을 상품처럼 고르거나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며 "미소녀 이미지에 계속 기생하는 한 성적 대상화 문제는 잔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들프린세스 등 일부 미소녀 게임 팬들이 '검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장르가 성적 대상화 문제로 지적을 당하기 시작하면 현재 형태를 온전히 유지할 게임이 없을 거라는 우려다.
그러나 서브컬처 및 미소녀 장르 팬층에서도 아이들프린세스의 노골적인 여아 성적 대상화·성 상품화는 비판하는 분위기다.
아이들프린세스는 장르물 수준에서 벗어나 소아성애와 성 상품화를 대놓고 조장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집단에서는 검열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지만, 사실 아이들프린세스를 검열할 수 있는 주체들은 이번 논란에 방관하거나 늑장 대응했다.
아이들프린세스에 15세 이용가를 허락했던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등 플랫폼들은 게임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8일에야 아이들프린세스 등급을 직권으로 재분류했는데, 등급 분류를 거부하지 않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매겼다.
이현숙 게관위원이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8세 이용가로 올리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아동을 성애하는 것은 성인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며 퇴출 의견을 밝혔으나, 7일 열린 전체 회의는 이 게임을 시장에 남기기로 했다.
10년 전 아마존은 '소아성애자 가이드' 서적 판매를 뒤늦게나마 막았지만, 한국의 규제 당국과 앱 마켓 플랫폼은 여아 성 상품화로 지적받은 게임의 유통을 허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소아성애 문제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만, 관리 책임자들의 인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n번방' 범죄를 계기로 아동 성 착취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제고된 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최대 징역 29년의 형량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n번방 주범인 '박사' 조주빈은 새 양형기준의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n번방에서 유통된 성 착취물은 아직도 음지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는 1년 2개월 만에 석방됐다.
한국 법원은 그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는 미국 법무부 요청도 거절했다.
여아를 딸인 척, 동료인 척 포장하면서 신체를 만질 수 있게 한 게임 아이들프린세스는 2020년 한국 사회에서 n번방·웰컴투비디오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소아성애 집단을 발본색원할 법·제도가 시급하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