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완벽, 정유미는 안은영 그 자체"
정세랑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나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
"제 이야기가 영상화돼 수많은 사람에게 가닿았다는 것이 앞으로 제게 은영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 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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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을 쓴 정세랑(36) 작가는 9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등의 소설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정 작가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의 영상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혼자 하는 작업과 200명이 하는 협업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영상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다른 작품들도 영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이경미 감독은 천재…정유미 등 캐스팅도 천운"
정세랑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나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
정 작가는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 이경미 감독에 대해 "천재적인 점프를 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평소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 마음에 달라붙어 지워지지 않는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 걸까 궁금해 해왔던 터라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아주신다는 말에 기뻤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이번 작품의 캐스팅에 대해서도 "완벽했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세랑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나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
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에 대해 "모두가 안은영이라는 인물을 처음부터 원했기에 높은 기대가 있었음에도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훌쩍 뛰어넘었다"며 "캐릭터 그 자체가 된 정유미의 모습에 캐스팅에 천운이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표 역을 연기한 남주혁에 대해서는 "원작보다 훨씬 다채로운 면을 보여줘 '내가 인표의 내면을 잘 몰랐었구나' 깨달을 정도"라며 "인표가 '아이고 다 날아가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가장 크게 웃었는데 그게 애드리브였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문소리의 압도적 존재감 때문에 화수의 과거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고, 모든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반했다"고 덧붙였다.

◇ "보상 바라지 않는 친절함이 히어로 조건…현실 속 교사 존중"
정세랑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나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
'보건교사 안은영' 속 은영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외로이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으로 수많은 젤리를 무찌르는 '히어로'다.

하지만 그에게서 기존의 히어로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웅심, 정의감, 세상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정 작가는 사뭇 심드렁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은영의 모습이 자신이 생각하는 히어로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약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 이익을 내려놓는 사람, 이해받지 못하고 오해만 받아도 계속해나가는 사람, 보편적인 것과 어긋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보상을 바라지 않으면서 세계에 친절한 사람이 히어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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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정 작가는 드라마를 만들면서 은영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 데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은영과 학생들의 관계에 가장 중점을 둔 것도 어려움 속에서 사명감을 가진 은영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은영이 너무 섹슈얼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작품 색채를 옅게 하더라도 현실 속 직업인에 대한 존중이 우선했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 "가볍고 다정한 문학 지향, 시즌2 꼭 참여하고 싶어"
정세랑 작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나의 장난감 칼과 비비탄총"
정 작가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시즌2 제작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전혀 없지만 언젠가 제작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며 애정을 보였다.

그는 "시즌2가 제작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구상해둔 내용을 책으로라도 쓰고 싶다"며 "시즌1에서 펼쳐진 미스터리를 시즌2에서 속 시원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엄숙하거나 어렵지 않은 문학, 가볍고 다정해서 피곤한 날에도 집어 들어 읽을 수 있는 문학을 하고자 한다"며 "이 작품을 통해 세계는 이상하고 위험하지만 서로 손을 내밀어 잡아준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도 드라마도 모두 외롭고 지쳤을 때 다시 펼쳐보면 힘을 주고 응원해주는 세계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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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