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 당시 큐어넌 관련 대화 명백히 급증"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미국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유럽과 남미 등 미국 밖으로 세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팬데믹에 큐어넌 추종자 미국밖서도 폭증…유럽·남미로 확산
7일(현지시간) CNN방송의 집계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남미 등 미국 밖에서 큐어넌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페이스북 그룹과 페이지가 180개 이상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이를 통해 1천280만건의 소통이 이뤄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페이스북에서 큐어넌 활동과 관련한 '좋아요'와 '공유'는 급격히 늘어났다.

2017년 미국에서 탄생한 큐어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 음모론을 매개로 결집한 극우 세력이다.

이들은 민주당과 연결된 비밀 엘리트 집단 '딥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딥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딥스테이트는 악마를 숭배하며 아동 성매매에도 가담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큐어넌에 대해 "나라를 사랑한다"고 두둔한 바 있다.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런던 기반의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큐어넌과 연계된 해시태크나 구문이 담긴 트위터 트윗은 69조4천754억건, 페이스북 포스트는 48만7천310건, 인스타그램포스트는 28만1천554건에 달했다.

연구소는 "올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큐어넌과 관련한 대화규모가 명백히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민단체 뉴스가드의 집계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유럽 큐어넌 그룹 추종자나 회원은 44만8천760명이나 됐다.

유럽에서 큐어넌이 가장 빨리 확산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코로나 반역자'라고 자칭하는 수십 개의 텔레그램 그룹이 급격히 세를 불렸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 데이터과학자 요세프 홀른부르거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의 주요 큐어넌 텔레그램 채널 중 하나인 Q로벌 체인지의 팔로워 수는 코로나19 이전 2만명에서 9월에 12만명까지 늘어났다.

큐어넌은 체계도 리더십도 없다.

분열되고 무질서한 풍경이다.

독일 뮌헨에 사는 러시아 출신의 20대 중반 남성 소프트웨어개발자인 빅터는 큐어넌의 음모론에 초기부터 빠져들었다.

2016년 말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동 성매매 조직과 연루됐다는 가짜뉴스인 '피자게이트'가 시작이었다.

그는 CNN방송에 "어떻게 빠지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번 빠지니 계속 또 다른 음모론에 빠져들었고 이는 페미니스트와 자유주의자, 성 소수자 활동가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큐어넌과 얽힐수록 화가 더 났다면서 "나는 폭발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는 일상생활에 독소로 작용해 더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팬데믹에 큐어넌 추종자 미국밖서도 폭증…유럽·남미로 확산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의 큐어넌 추종자들은 봉쇄령이 풀리자 거리로 몰려나왔다.

지난 8월말 독일 베를린에서 4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극우세력의 집회에서는 봉쇄령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함께 딥스테이트에 대한 규탄이 이뤄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극우 그룹이 대거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아첨도 이뤄졌다.

이 밖에 이탈리아 로마와 영국 런던에서도 코로나19 방역 강화에 반대하는 극우세력과 큐어넌 추종자들의 집회가 잇따랐다.

큐어넌은 현실 세계에서 실질적 피해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일 극우주의자 토비아스 라트옌(43)은 지난 2월 19일 하나우의 물담배 바 2곳에서 잇따라 총을 발사해 터키계와 쿠르드계, 임산부와 루마니아인 등 9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자백편지에는 큐어넌이 유통하는 인종주의와 연계된 내용이 가득했다.

큐어넌의 추적과 단속이 힘든 이유는 수많은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삽시간에 유포되기 때문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폭력 등과 연계된 큐어넌 관련 내용의 삭제에 나서고 있지만, 큐어넌의 음모론과 선동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베를린의 아마데우스·안토니오 재단에서 극우주의를 연구하는 미로 디트리히는 큐어넌을 버섯에 비유했다.

그는 "버섯의 뿌리는 계속 자라고 또 자란다"면서 "위기가 오면 버섯이 만발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