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2조3천억원, 2년 만에 최대…스마트폰·가전이 주인공
반도체 업황 정체 속 미국 제재 앞둔 화웨이 긴급 발주 효과
삼성전자가 3분기에도 시장 전망 최대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으로 저력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전 세계 소비 수요가 폭발하며 당초 부진했던 가전·스마트폰 실적이 크게 뛴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문은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가 삼성전자가 특수를 누리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영업이익 12조원…반도체 슈퍼호황 이후 2년 만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12조3천억원, 매출은 66조원이다.
각각 작년보다 58.10%, 6.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호황기로 불린 2018년 3분기(영업이익 17조5천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글로벌 펜데믹 수요가 커짐에 따라 최근 들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상향하긴 했으나 12조원대를 예상한 곳은 없었다.
전날 IBK투자증권의 내놓은 영업이익 11조2천400억원이 최대 전망치였으나 이마저도 1조원 이상 상회했다.
삼성전자 실적은 핵심 주력인 반도체가 타 부문의 실적 부진이나 정체를 상쇄하는 반도체 효과가 큰 편인데, 3분기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전 부문 실적이 고루 개선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잠정 실적 발표 때는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으나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이 3분기에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IM) 부문 3분기 영업이익은 4조원 중반대로 전 분기(1조9천500억원)와 비교해 1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스마트폰 실적이 크게 부진했고 2분기에 회복세를 나타내다 3분기에 펜트업 수요로 영업이익 4조원대를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8월에 출시한 갤럭시 노트20 시리즈, 갤럭시 Z플립2 등 신제품들이 호실적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아이폰의 신제품 출시 연기,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화웨이 출하 부진, 인도 내 반중정서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40% 이상 증가한 약 8천만대, 태블릿 출하량 역시 약 1천만대로 추정된다.
소비자 가전(CE) 부문 역시 코로나19 효과를 톡톡히 보며 2016년 2분기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CE 부문 3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 이상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집콕 가전'이 대세가 되고 있는 데다, 상반기에 억눌렸던 수요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국내외 모두에서 온라인·오프라인 판매가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영업이익 5조4천300억원)와 비슷한 5조원 초중반대로 예상된다.
재고 증가로 서버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 있었으나, 3분기에 '화웨이 특수'가 서버 수요 감소를 상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 시작 전에 반도체 물량을 긴급 발주하며 D램과 낸드 부문 모두 출하량이 각각 4%, 13% 가량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외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신규 스마트폰 판매 증가 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3분기에 3천억∼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에는 1조원 규모의 애플 보상금 효과가 있었으나 3분기에는 일회성 수익 없이도 흑자를 냈다.
◇ 4분기 스마트폰·가전 호조 지속…반도체는 일시 둔화 전망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3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기준 전망치는 10∼11조원대다.
반도체 부문은 D램 출하량 정체 등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업황이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체적이다.
스마트폰 부문은 3분기에 출하량이 몰리면서 4분기에 상대적으로 출하가 감소할 수 있다.
반면 가전 부문은 4분기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있는 성수기여서 선전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3분기에 애플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며 실적 반등 폭이 제한적이었으나, 4분기에 출하량이 늘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4분기까지 반도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전·모바일 부문 개선으로 하반기에 안정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