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행당하면서도 가족에 헌신한 점 고려"…함께 범행한 아들은 징역 7년
40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60대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7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5·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A씨 아들 B(41)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5월 12일 밤 울산 집에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C(69)씨와 다투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일 남편 C씨는 술을 마시면서 아내 A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A씨가 요금제 2만5천원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을 두고 화를 내며 목까지 졸랐다.

다툼이 신고돼 경찰관들이 출동했으나 아내 A씨는 남편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관들을 돌려보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들 B씨가 집으로 왔고, 아버지 C씨가 어머니에게 계속 욕설을 하고 때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베란다에 있던 둔기를 들고 와 아버지 머리를 내리쳤다.

어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아들 범행을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쓰러진 남편 입에다가 염산을 부으려고 했으나 입술이 열리지 않아 실패했다.

아들이 깔때기를 만들어 어머니 옆에 놓아주자 어머니는 깔때기를 이용해 다시 염산을 부으려고 했으나 또 실패했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이 놓아둔 둔기로 남편 몸 여러 곳을 수차례 내리쳤고, 남편 C씨는 사망했다.

A씨는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10대 때부터 생계를 책임지다가 1975년 지인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결혼 생활 내내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나 자녀들에게 불우한 가정환경을 대물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참고 살았다.

그러다 4년 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지고 남편이 손자까지 때리자 별거했으나 지난해 남편이 사고로 다치고, 아들이 부탁해 재결합했다.

이후에도 남편은 아내 명의로 산 땅 시가가 하락하자 수시로 욕하고 잠을 자지 못하게 괴롭혔다.

A씨는 사건 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모든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며 아들을 감싸기도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아들 B씨에게 징역 22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중 7명이 어머니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나머지 2명이 징역 5년의 의견을 냈다.

아들 B씨에 대해선 징역 7년이 4명으로 다수 의견을 차지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전제하면서 "A씨가 40여 년 동안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순종했고, 자녀와 손자 양육에 헌신한 점, 이웃들이 한결같이 불행한 가정사를 듣고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아들 B씨에 대해선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패륜적인 범죄다"며 "어머니에 앞서 아버지를 둔기로 때린 것이 이 사건 결과를 일으킨 점, 어머니가 범행하도록 조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불리한 정상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가정 폭력으로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보이는 점, 우발적인 범죄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